등록 : 2006.11.22 19:08
수정 : 2006.11.22 19:30
러 ‘천연가스 카르텔’ 가능성
석유·가스 의존도 높은 유럽
‘정치적 이용할라’ 불안감
푸틴 “러시아 열망 두려워마”
“유럽은 러시아의 열망을 두려워 할 게 하나도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다. 이 글은 최근 유럽과 러시아의 ‘물밑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 최근 러시아의 자원무기화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공개된 나토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오펙)와 비슷한 천연가스 카르텔을 만들어, 에너지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는 우려가 담겼다. 유럽의 불안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만큼이나 깊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24%, 석유의 27%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87%), 그리스(76%), 스페인(58%), 독일(35%) 등 국가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올해 초 우크라이나와 가격협상을 벌이면서 천연가스 공급을 일시 중단했다. 또 러시아에 비판적인 그루지야에는 이달 초 가스 수출가격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밝혀,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럽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즈프롬 등 국영기업이 여전히 클렘린궁의 정치적 입김에 휘둘린다는 불신이 깊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 러시아가 실제로 카르텔을 만들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높아가는 긴장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러시아가 예측불가능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두려움’은 뿌리가 깊다. 러시아 혁명 뒤에는 공산국가 소련의 존재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옛소련 붕괴 이후에는 굶주린 러시아인들의 대거 유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러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도 유럽의 경계대상이다. 이를 두고 러시아 산업장관은 ‘러시아 공포증’이라고 불렀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2007년 러시아는 ‘에너지 근육’을 과시하고, 유럽은 불안하지만 현실에 적응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은 22일치 기고에서 “유럽의 러시아 의존이 늘어난다고 경고하는 것은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낡은 흑백논리에 끼워맞추는 것”이라며 “건설적 상호협력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고 강조했다. 유럽연합과 러시아는 오는 24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쉽’ 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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