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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30 20:11 수정 : 2007.04.30 20:11

부다페스트의 거리. 건물들과 트램은 한 쌍같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둘째날.

짤쯔부르크에서 새벽 2시 기차로 부다페스트로 넘어왔다. 아침 9시쯤 역에 도착해 내리니 숙소 호객꾼들이 나를 붙든다. 부다페스트 역은 소매치기가 많기로 유명한데 생각보다는 그리 위험한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약간의 지저분함과 분주함이 짤쯔부르크와는 또 다르다.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고 나와 도시를 둘러보았다. 오스트리아처럼 단정하거나 깔끔하진 않지만, 세월을 안고있는 건물들과 트램이 이 도시를 말해준다. 구 소련의 위성국가로 원치 않았던 공산권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이 곳. 옛날 여행했던 프라하처럼 이 도시도 세월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언덕이 많은 부다 지구와 평지로 된 페스트 지구 사이에 도나우 강이 유유히 흐른다. 부다 지구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영화 글루미선데이를 떠올렸다. 자살음악(suicide music)이라 불린 그 노래처럼 슬프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이 도시도 닮았다.

관광객들을 따라 언덕을 오르니 어느새 유명한 유적지인 어부의 요새에 다다랐다. 마치 성처럼 길게 놓여진 벽돌길과 뽀족한 요새 아래로 부다페스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장관이었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흰색 큰 건물이 국회의사당이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어부의 요새. 도나우 강은 물론 페스트 지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요새 옆 노천카페에서 시원한 경치를 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떠나온지 1년이 다 되어가는 한국, 부모님, 친구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빡빡한 여행 일정중에 이렇게 쉼표 하나 찍고 가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얼마나 낭만적인지. 아마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 같다.


요새를 내려오는 길은 부다왕궁과 연결이 되어있다. 입장시간이 넘어가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외관상으로 만난 화려함과 규모에 압도당할 것 같다. 천천히 걸어 내려와 도나우 강에 놓인 8개의 다리 중 가장 아름답다는 세체니 란츠히트를 건넜다. 바쁜 차량들 옆으로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지나간다. 한강의 다리들도 이렇게 사람들이 건널 수 있다면. 너무 큰 바람일까요 시장님.

강 주변에서 나와 최대 번화가라는 바치거리로 갔다. 시끌벅적한, 조그만 광장에서는 노천 식당들이 있고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이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 주위는 온통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파는 노점들이 즐비하다.

어떤 것이 좋을까요? 장난감을 고르는 아이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바치거리에 있는 거울 앞에서 셀프컷!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거리를 몇번이고 걸었다. 사람 구경도 마음껏하고 기념 엽서도 사고. 어느새 어둑해진다. 이제부터 조금씩 떨려온다. 이 도시에서 최고라는 야경을 맞을 준비에. 조금 길을 헤메다 현지인의 도움으로 강가로 향하는 반지하도를 건너니, 황홀한 야경은 어느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 세체니 란츠히트는 밤에 더욱 빛이 났다. ⓒ 한겨레 블로그 sporyoun

여행지에서의 밤은 묘한 느낌을 준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그리고 어둠이 가져다 주는 침착함까지. 활발한 낮에 많이 보고 돌아다녔으니 이젠 좀 쉬라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봐도 좋다고, 너에게는 낯설지만 우린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이렇게 날 맞아준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숨이 멎을 듯, 멋있다.

화려한 조명과 다리들, 함께 걷는 사람들, 차 한잔과 함께 한 악사의 글루미선데이 연주까지

묘하고 침착하고 떨리던, 완벽한 밤이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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