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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의 유명한 정치만평가 빌렘의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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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루와얄은 사회당원들에게, 특히 30세 이하 젊은 세대들에게서 많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당원들은 그녀가 당을 이끌어 나가길 열망하고 있다. 그러자면, 일단 남편인 홀랑드를 '축출'해야 하고 당내의 보수파들을 설득해서 대선 2차 투표때 그녀를 지지한 극좌파나 녹색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루와얄식 부드러운 정책에 걸맞지도 않다. 공적으로 아직까지 그녀는 한번도 남편을 비난한 적이 없다. 프랑스의 사회당수들은 '엘레팡=엘레펀트=코끼리'라고 불리고 있다. 왜 그런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대화에서 아이러니를 즐기는 프랑스 사람들의 뻬조라티프=경멸적인 의미도 없지 않아 있다. 코끼리란 동물은 어떠한가. 지혜롭고 우직하고, 의리를 지키지만 감성적이다. 그리고 실용주의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느낌이고, 느리다. 현실감각이 없다. 프랑스와 미테랑이 최초로 좌파 출신 프랑스 대통령이 되기 전 여러번 대선의 실패를 겪은 것은 유명하다. 그때 그는 사회당의 지도체계를 바꿔야 함을 깨닫고, 당내의 기강을 바로잡는데 15년이 걸린 이후에야 대통령에 당선 될 수 있었다. 이후 좌파에서 마땅한 카리스마가 출현하지 못한 것도 미테랑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는 코끼리들을 키우지 않았다. 조스팽? 그는 정치적이론가로서 뛰어난 사람이지만 2002년 대선 실패후 울면서 정치계를 떠났고(1992년 DJ를 생각나게 했다) 2007년 사회당의 전당대회에 다시 나타났을 때도 '2002년도엔 너무나 힘들었다며'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엉엉 울었던 사람이다. 그가 미테랑이 키웠던 유일한 코끼리라고 보는 것은 재미있다. 왜냐면, 미테랑은 좌파나 우파, 어느 곳에서도 후계자를 원하지 않았고, '나, 미테랑이후 칭송받을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테랑식 나르시시즘이라고 봐야 할 지 그것은 아직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루와얄은 남편 홀랑드의 자리를 차지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홀랑드는 대선 기간 내내 정말 별로 한 일이 없었다. 프랑스 좌파 국민들은, 홀랑드가 루와얄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었더라면, 루와얄의 홀로서기 잔치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을 거라며 아쉬워했고, 대선 결과 발표 10분도 안되어서 TV에 등장한 좌파의 대표적인 두 코끼리ㅡ스트로스 칸, 파비우스는, 루와얄이 대선결과 이후 대중에게 '웃음을 띄면서 말했다'는 사실로 트집을 잡는가 하면 (아마 조스팽 처럼 펑펑 우는 것이 사회당의 전통인지도 모른다) 정작 본인들이 나셨으면 이런 결과는 가져오지 않았을 거라는, 정말 대선을 끝낸지 10분만에, 그리고 곧 의원선거를 앞두고, 대의보다 소의만 생각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 많은 좌파인들의 비난을 들었다. 프랑스의 남성위주 사회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들도 왠만해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남성들 사이에서 얻어내기 힘들다. 남녀평등 이데올로기가 일단 중요하므로 여성의 사회진출과 지위항상은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은 성격이 안좋다느니, 약간 미쳤다느니,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소리가 꼭 따라 나와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집안 출신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루와얄과 홀랑드는 그랑제꼴의 하나인 국립행정학교 출신이다. 8형제중 중간에 태어난 루와얄은 전 군인출신인 아버지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교육에 반발, 집안에서 유일하게 고등교육을 마쳤다. 이른바 CC였던 이 부부는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실혼을 하지 않은, 동거부부이다. 대선 결과이후, 르 몽드출신의 두 여기자가 '팜프 파탈' 이라는 제목으로 루와얄ㅡ홀랑드 부부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을 출판했고, 부부는 즉각 출판금지 소송을 걸었다. 이 책의 출판 경위를 봐도, 지금까지 정치인들의 사생활이 미국과 비교해 철저히 보호되었던 프랑스 사회를 볼때 남녀평등의 선은 실제적으로 매우 불안하게 그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직한 정치인이 아닌,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직 정치인의 사생활을 파헤친 책이 출판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공 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짓는 프랑스 인들의 정신문화와 다를게 없다. 누가 지금 사르코지의 애인들에 대해 쓸 수 있겠는가, 누가 시라크 전 대통령의 애정편력에 대해 벌써 책을 썼는가? 그러나 여자가 정치적으로 유명세를 타면 훨씬 공격 받기 쉽고, 남자 정치인 보다 2-3배의 능력을 보여 줘야 한다. 힐라리 클린턴, 독일 수상 안젤라 메켈등의 대부분의 여성 정치인이 맞춤 바지를 입고 중성적인 이미지로 등장하여 보호색을 띄고 있는 반면 루와얄은 지금까지 자신의 여성성을 지나치게 드러내며 자신은 '자유로운 여성'임을 떠들었다. 누가 봐도 불편하게 보이기 짝이 없는, 투피스 정장 치마를 항상 입는 바람에 중년여성임을 누누히 강조하고, 비교적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다녀 어떨땐 오리처럼 뒤뚱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 루와얄, 이제 그녀는 여성으로 프랑스 좌파의 미래를 짊어지길 자처했다. 과연, 다소 한정되어 있는 그녀의 정치적 능력을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을까? 좌파내의 분열을 통합시킬 배짱ㅡ남편까지 축출해야 하는ㅡ이 있을까? 아님, 루와얄식 홀로서기, 대중의 인기만 믿고 나중엔 엎어져 버리는 홀로서기가 될 것인가? 앞으로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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