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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0 18:40 수정 : 2005.04.10 18:40

찰스 영국 왕세자와 커밀라가 9일 윈저 시청 대강당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왼쪽은 찰스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 윈저/AP 연합 \



“죽는날까지 서로 충실하겠다” 35년간 사랑 20분만에 예식”

70년 폴로경기서 처음 만나
다이애나 사후 8년만에
합법적인 ‘인생의 동반자’ 로
영국인들 ‘환영’ ‘야유’ 교차

찰스(56) 영국 왕세자와 그의 오랜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57)가 35년 만에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9일 낮 12시30분(현지시각) 런던 서부 윈저 시청 대강당에서 ‘결혼 등록소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이 왕실 전통 혼례장소인 성당이 아니라 이곳에서 식을 올린 이유는 영국국교회(성공회)가 왕세자와 이혼녀의 결혼을 관습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무신론자들의 결혼 양식인 세속 결혼식을 올리고 또다시 교회에서 축복 예배를 올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1981년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은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치러졌었다.

등록소 서기 주재로 열린 이날 결혼식에는 왕세자의 맏아들 윌리엄 왕자와 커밀라의 맏아들 톰이 증인을 맡았다. 결혼식은 본인 확인, 결혼 의사 확인 뒤 찰스가 웨일스 산 금반지를 커밀라의 손가락에 끼워 주는 것으로 20분 만에 간단히 끝났다.

이로써 평범한 시민이던 커밀라는 ‘콘월 공작부인’이 됐다. 이는 영국 왕실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두 번째로 서열이 높은 여성이다. 그러나 커밀라는 고 다이애나비가 얻었던 왕세자비의 공식 직함인 ‘웨일스 공주’ 직함은 받지 않았다. 찰스 왕세자의 공식 직함은 ‘웨일스 왕자’다.


외신들은 커밀라가 찰스 왕세자의 국왕 즉위 이후에도 ‘커밀라 왕비’가 아니라 ‘왕의 배우자’란 의미를 지닌 ‘프린세스 콘소트(Princess Consort)’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은 “찰스가 국민들이 커밀라를 여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리에 나온 시민 2만여 명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 피로연과 축복예배가 열리는 윈저 성으로 향하면서 찰스는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라며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불법이고 비도덕적이며 부끄러운 일”이라는 글이 쓰인 피켓을 들고 나와 야유를 보냈다.

윈저성 안 왕실 전용 예배당인 세인트 조지 채플에서 두 사람은 캔터베리 성공회 대주교 집전으로 축복 예배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인 필립공, 토니 블레어 총리, 그밖에 정치·외교·교회 대표 등 800여명의 하객들이 함께 했다.

장엄한 성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이 60을 앞두고 있는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1662년부터 내려온 참회의 기도문을 성직자들과 함께 낭독했다.

“우리는 말과 행동, 생각으로 죄와 사악함을, 때론 가장 심각한 방법으로 저지름으로써 신의 분노를 일으킨 점을 인정하고 눈물로 회개합니다.” 일부 외신은 이 기도문이 두 사람의 지난 불륜에 대한 참회로서 다이애나 비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영국민들을 의식한 게 아니냐고 풀이했다. 행사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스코틀랜드 밸모럴로 일주일가량 신혼여행을 떠났다.

각자 결혼과 파경의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가시밭길을 걸어 왔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을 곤혹스럽게 한 것은 불륜이라는 눈총이었다. 찰스의 전 부인으로 8년전 교통사고로 숨진 다이애나 비는 생전에 ‘우리 결혼 생활에는 세 사람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커밀라의 존재를 불편해 했다. 다이애나를 잊지 못하는 일부 시민들은 이혼녀가 영국의 왕비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왕세자의 재혼 소식이 발표된 뒤 한 여론조사에서는 여왕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찰스 왕세자가 아닌 다이애나의 큰 아들 윌리엄이 더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찰스와 커밀라의 질긴 인연이 시작된 건 1970년 윈저 시에서 열린 폴로경기에서였다. 당시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히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나 이듬해 찰스가 해군에 입대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찰스의 친구인 군인 파커 볼스와 결혼한 커밀라는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찰스를 만날 기회를 갖게 됐고, 이는 찰스가 다이애나와 결혼한 뒤에도 이어져 세인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게 됐다. 두 사람은 2003년부터는 찰스 왕세자 거처인 클래런스하우스에서 동거해 왔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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