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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투표 앞두고 여론조사 잇단 ‘반대 우세’ 프랑스에서 다음달 29일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프랑스 정부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의 중심축으로서 유럽연합 생성에서 확장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어 온 나라다. 프랑스에서 반대 결과가 나오면 그 파장은 사흘 뒤인 6월1일 국민투표를 치를 네덜란드부터 시작해 다른 회원국들에 도미노처럼 번질 전망이다. 유럽연합 헌법은 2006년까지 25개 회원국이 모두 비준해야 효력을 발휘하며, 한 나라라도 비준에 실패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높은 실업률·동유럽 가입 우려 반영
도미노 번질까 회원국들 바짝 긴장 최근 프랑스에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5차례 연속 헌법 비준 반대 의견이 50%를 넘어섰다. 지난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 여론이 55%로 더 높아졌다. 이는 불과 한달 전 반대 여론이 40%였던 점을 고려할 때 급속한 변화다. 영국 <비비시>는 프랑스인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진 데 대해 “높은 실업률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유럽 등으로 유럽연합이 확대되면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란 위기감과, 헌법 내용이 ‘앵글로-색슨’식 자유주의로 치우쳐 프랑스식 사회 모델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비비시>의 분석이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 의회 의장은 9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헌법 비준이 거부되면 유럽을 위기에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감을 느낀 프랑스 정부는 여론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헌법 비준 찬성이 현 정부를 지지하는 쪽으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을 달래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말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서비스시장 개방 시기를 늦추는 등 프랑스의 이익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반대 결과가 나오면, 프랑스는 자유경제 시장에 방치돼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더욱이 지난해 말 ‘헌법 찬성’으로 당론을 모은 사회당 내부에서도 최근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르피가로> 여론조사에서 사회당 지지자 가운데 53%, 좌파 성향의 58%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극우·극좌 세력도 ‘반대 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 시라크 정부가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비비시>는 “유권자들은 점점 시라크 대통령에게 싫증내고 있으며, 정부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최근 보도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지난 6일 의회에서 유럽연합 헌법을 비준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리투아니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 모두 5개 나라에서 헌법이 통과됐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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