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68) 이탈리아 총리가 지방선거 참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임한 뒤, 새 내각 구성에 들어갔다고 <비비시방송>이 20일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날 상원에 출석해 연정 파트너들과 새 내각을 꾸리겠다고 밝히고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18일 참피 대통령과 면담할 때까지도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국민들 사이에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기독민주당이 총리 사임을 요구하며 연정을 탈퇴하는 등 정권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지자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참피 대통령은 조기 총선을 요구하지 않고, 현 상태에서 내각을 새로 구성해 베를루스코니가 총리직을 다시 이어가도록 할 것으로 외신들은 내다봤다. <비비시>는 “이탈리아 여론은 총리가 흔들리는 연정을 바로잡기 위한 ‘기술적 술수’로 사임한 것으로 보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기독민주당·민족동맹·북부동맹 등 세 연정 파트너 대표와 만나 새 내각 명단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부동맹은 산업이 발달한 북부지역에서 생산된 부를 북부 지역에서 소비하기를 원하는 반면, 기독민주당과 민족동맹은 남부지역에 경제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투자 증진을 바라고 있다. 기독민주당과 민족동맹은 최근 정부 정책이 북부동맹 의견에 치우쳤다고 비판해 왔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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