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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1 20:07 수정 : 2005.05.01 20:07



동유럽-경제성장 뒤편에 인플레·실업
서유럽-경제침체 확대 “얻은게 뭐냐”
“유럽헌법 통과 실패땐 고비” 우려 커져

지난해 5월 폴란드, 체코 등 10개 나라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1일로 꼭 1년이 됐다.

유럽공동체를 위한 50여년의 노력 가운데 가장 극적인 변화였던 이 ‘빅뱅’으로 25개국으로 늘어난 유럽연합의 지난 1년에 대한 자체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유럽연합 확대담당 집행위원 올리에 레흔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 확대가 동유럽 노동자들의 서유럽 대이동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음이 확실해졌다”며 “유럽연합 확대는 모두에게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30일 유럽연합 확대 1주년 기념 성명을 통해 “유럽연합 확대를 통해 모두가 민주적이며 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유럽연합 회원국이 되는 이익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안의 그림자도 곳곳에서 보인다. 동유럽의 가입국들은 유럽연합 가입 이후 경제가 눈에 띄게 활기를 띤 대신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에 노출됐다. 경기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는 기존 회원국들에선 ‘손해만 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며 유럽 통합헌법 비준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동유럽 ‘성장 속 불안’=지난해 동유럽의 8개 가입국이 일궈낸 경제 성과는 합격점 이상이다. 2001~2002년 불과 1%대였던 폴란드의 성장률은 지난해 5.3%로 뛰어올랐다. 슬로바키아도 5.5% 성장을 기록했다. 헝가리와 체코도 4%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의 성장률은 6~8%에 달했다. 슬로베니아에 이어 체코와 헝가리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대에 들어섰다.

성장의 원동력은 서유럽 기업들의 활발한 진출이다. 지난해 동유럽권에 대한 외국기업 직접 투자규모는 150억달러였다. 폴란드에만 지난해 65억달러의 외국인투자가 이뤄졌다. 미국, 일본 , 한국 등 역외 기업들도 이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인책과 저렴한 인건비 등 유리한 투자여건에다 서유럽시장 교두보 마련을 목표로 이 지역에 투자가 활발하다. 이들 동유럽 8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로 기존회원국 15개국보다 2.3%가 높았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소(EIU)는 이들 8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도 기존 회원국보다 3%포인트 높은 4%대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 성장이 곧바로 ‘삶의 질’ 제고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폴란드는 1%대였던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4.4%로 치솟았고, 체코와 헝가리 역시 인플레이션이 6.9%에 달했다. 폴란드의 실업률은 19%로 유럽연합 내 최고 수준이다. 체코도 실업률이 10.2%에 이른다. 신구 회원국간의 소득격차는 유럽 통합의 장애로 지적되고 있다.

서유럽 ‘불만 속 불안’=서유럽 회원국들은 유럽연합 확대 뒤에도 이렇다 할 경기회복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최근 오히려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1.6%에서 1%로 하향조정했다. 이탈리아도 2.1%에서 1.2%로 내려 잡았다. 프랑스 통계청은 기업들의 4월 체감경기가 18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오마르 이싱 유럽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과 프랑스 경제에 대해 “침체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은 유럽연합 확대로 ‘얻은 게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유럽연합 추가 확대 및 유럽 헌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가 기존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37%가 ‘유럽연합 추가 확대’에 찬성한 반면, 43%는 반대했다. 유럽통합 주도국인 프랑스에서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반대여론이 우세해 유럽연합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도 경제 사정의 악화가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특히 최근의 중국 섬유 수입 폭등에 유럽연합이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은 데 분노가 폭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럽연합의 불안한 미래=이에 따라 유럽통합의 이정표가 될 유럽헌법의 통과 여부는 ‘안개 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이다. 오는 29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를 비롯한 네덜란드, 영국 등 회원국에서 반대 여론이 높아 ‘부결 도미노’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에선 3월 중순 이래 20여차례 벌인 여론 조사에서 한차례를 빼놓고 모두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앞섰다.

회원국 중 어느 한나라에서라도 부결될 경우 이는 유럽 통합에 ‘재앙’이다. 유럽연합 추가 확대도 불투명해질 뿐 아니라, 헌법 재협상이라는 지난한 논의과정 속에 기존 회원국들간 분열이 시작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2007년 가입일정이 확정됐고, 크로아티아와 터키는 올해 가입 자격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헌법 통과가 실패하면 유로화가 존폐 위기에 처하고, 유럽연합이 공중 분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마노 프로디 전 유럽연합 집행위 의장도 헌법 부결은 ‘유럽의 분열’을 불러오고, 유럽의 분열은 ‘유럽의 추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유럽연합은 내적인 통합과 외적인 확대라는 두 과제를 놓고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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