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측 3. 그럼 집에 티비가 없는 사람들은 왜 영어를 하는가? 결국은 성공적인 학교교육! 드디어 진짜 이유를 찾는데 근접한 것 같다. 바로 성공적인 스웨덴 영어 공교육이다. 스웨덴 뿐 아니라 이 곳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영어교육에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요즘 한국에서 조명받는 핀란드가 그러하다. 핀란드어는 노르웨이어, 스웨덴어, 덴마크어와는 다른 어족으로 분류되기 되는데, 영어와 비슷하지도 않은 모국어를 가진 핀란드사람들도 영어는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결국 이들의 모국어가 영어와 비슷해서 영어를 잘 한다기 보단, 좋은 영어교육 덕분이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그렇다면 스웨덴 영어 공교육, 무엇이 그렇게 특별할까? 솔직히 이 것은 내가 공부할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 이렇다, 저렇다 전문가처럼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공립 학교의 영어교사의 수준이 대단히 높고, 학교에서의 '모든 영어수업은 영어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 그렇다고 영어 몰입교육처럼 다른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어수업만은 확실히 더 나은 영어를 배우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아! 직접가서 보고 싶어라!기회가 되면 다음에 더 자새히 적어보겠습니다) 이들의 성공적인 영어 공교육, 그 결과는? 결과 1.국민의 돈, 노력,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점. 아직 대학생인 내 한국 친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가장 돈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것은 바로 '영어회화', '토익', '토플'이다. 어학연수는 이제 모두가 한 번쯤은 다녀오니 토익점수 커트라인은 점점 더 높아지고, 불안감에 많은 돈을 들여 학원을 다녀야 하고, 스터디를 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대학생 학원비가 한 달에 30만원 이상 든 다고 들었던 것 같다. 행여나 외국에서 석사를 계획한다면 '토플'을 봐야하는데, 토플학원은 토익 보다 훨씬 더 비싸다고 했다. 학원값만 비싼가?응시료도 비싼걸..나도 토플시험을 봤는데 거의 20만원에 육박하는 응시료를 내야 했고, 2년 후 소멸하여 한 번 더 봐야만 했다.(아..배아픈걸..) 하지만 스웨덴에는 토익, 토플이 없다. 토익, 토플만 없냐고? 스웨덴 고등학교에서 영어과목을 이수했다는 졸업장은 까다로운 미국대학도 인정해 주는 걸. 그러니 스웨덴 대학생들, 고등학생들은 미국대학 혹은 영어권 대학, 대학원을 가기 위해 토플시험을 볼 필요도 없고, 취업할 때도 영어실력을 입증하기 위해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이들은 토익이나 토플이 뭔지도 모를 뿐 더러, 특별한 뜻이 있지 않는 한, 영어에 돈, 노력,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열정, 노력, 돈은 고스란히 경험과 젊음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전공분야에 관한 작은 일, 봉사활동, 연애, 취미활동, 여행 등등. 결과 2. 누구나 하는 영어, 특별할 것 없고, 계급을 나누지도 않는다. 영어 공교육 성공의 또 하나의 장점은 '영어 좀 한다'라는 것이 결코 집이 풍족하여 영어 사립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거나, 조기유학을 다녀왔다는 계급의 상징이 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수도, 버스운전수도, 슈퍼의 캐쉬어도, 옆집 할머니도 하는 영어는 이들에게 특별하지도 않고, 자랑할 거리도, 자신의 계급적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지 못한다. 물론 개인의 직업분야나 경험에 따라 유창성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으나, '영어를 말한다는 것'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난 봄, 교생실습 할 시절, 교내 '영어말하기대회'가 영어권 국가에서 얼마간 살다 온 학생들만의 잔치가 되었던 것, 그들이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각 학급에서 엘리트로 취급되고 타 학생들이 스스로 작아지는 것을 목격한 내게 이들이 갖고 있는 영어에 대한 평등한 시선이 매우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내 스스로가 한국의 중,고등학교 영어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대학시절에는 영어과외로 수입을 올려 이 곳에 왔는데 이 곳의 영어교육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이러니 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내 스스로 한국 영어공교육의 한계를 체감했기에 스스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한국의영어공교육이 어떻게 하면 이들 북유럽 국가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내 숙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곧 그저 영어를 잘 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넘어서 젊은 대학생들에겐 많은 기회비용을 벌어주고, 어린 학생들에겐 평등감과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주는 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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