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등 10만여명 참여 ‘자유의 축제’ 열려
도미노 1천개 쓰러뜨리며 통일의 의미 되새겨
빗방울 뿌리는 베를린의 가을밤은 ‘환희’와 ‘다짐’에 헌정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돌을 맞은 9일,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열린 ‘자유의 축제’에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총천연색 조명으로 꾸민 브란덴부르크 석조문의 맨 위에는 ‘1989년 11월 9일’이라는 간명하고도 강렬한 숫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빛났다.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슈타츠카펠레(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야외공연으로 시작된 축제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인기 가수들의 공연에 이어, 베를린 장벽 붕괴를 재현한 도미노 쓰러뜨리기로 절정에 올랐다.
이날 축제는 오늘날 인류사회가 맞닥뜨린 숱한 장벽들도 넘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다짐의 장이기도 했다. 세계 주요국 정상들은 “수백만명의 사람이 지금도 인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불의와의 싸움이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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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광장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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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깜짝 영상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바마는 “(동독 시민들은) 전제정치에 직면해서도, 세상이 바뀔 수 있음을 말했다”며 “독재에 대한 그보다 더 분명한 비난, 자유를 향한 그보다 더 강한 믿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파 속에선 “비어 진트 다스 폴크!”(Wir sind das Volk·우리가 인민이다)란 외침이 다시 한 번 터져나왔다. 20년 전 동독 시민들이 군인들에 둘러싸였을 때 두려움에 맞서 외쳤던 구호다. 당시 동독 시민들의 시위를 이끌었던 요아힘 가우크 목사는 “‘우리가 인민’이라는 주제는 독일뿐 아니라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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