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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5 21:17 수정 : 2010.10.27 14:58

지난주부터 총850건 달해
해군기지 30개 시설 소실
모스크바 연기로 뒤덮여

기상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러시아의 여름이 세계 곡물시장을 압박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와 가격 앙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세계 밀 수확량 예상치를 애초 6억7600만t에서 6억5100만t으로 3.7% 하향조정한다고 4일 밝혔다. 식량농업기구는 유라시아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의 가뭄을 수확량 감소 전망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러시아 남부와 주변지역의 가뭄은 지난 봄부터 계속됐지만 해갈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농업부는 지난 3일 올해 밀 수확량이 기존 예상치보다 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량농업기구는 재고가 충분하다면서 “현 시점에서 세계적 식량위기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곡물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 밀값은 7월에 42% 뛰었다. 51년 만에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률이다. 옥수수 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고, 사료 부족 전망에 미국 등지에서 육류 가격도 오름세다. 밀 생산량 세계 1~2위, 수출량 3~4위인 러시아의 가뭄이 세계 곡물시장에 던지는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

<에이피>(AP) 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2007~2008년처럼 밀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제한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수출량이 30~40% 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로 수출될 예정이던 러시아산 밀 7만t이 선적까지 마쳤으나 계약이 취소됐다. 부셸당 13달러까지 치솟은 2008년에 견주면 현재 밀값은 낮은 편이지만, 2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데다 상승세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밀을 파종하는 가을까지 가뭄이 이어지면 내년 농사도 기약하기 어렵다.

한편 지난달 모스크바의 수은주를 관측사상 최고인 섭씨 38.2도까지 올린 더위와 가뭄으로 인한 화재는 5일 현재 520여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모스크바 남동쪽 100㎞ 거리에 있는 해군 군수기지도 화마를 피하지 못해 사령부 건물과 창고 등 30여곳이 불탔다고 전했다. 흑해 연안에서의 여름휴가를 중단하고 모스크바로 돌아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해군의 군수와 항공 담당 최고책임자 등 장교들을 해임하는 강경 조처를 취했다.

모스크바 동쪽 400㎞ 지점의 사로프에 위치한 핵연구소에서는 산불이 시설을 위협함에 따라 핵물질이 안전한 장소로 옮겨지기도 했다. 외신들은 근교의 들불에서 발생한 매캐한 연기로 모스크바 시내의 가시거리가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에 불과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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