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8.06 09:09
수정 : 2010.10.27 14:55
가뭄에 수확 감소 예상
식품값 폭등 미리 차단
국제 밀값 더 치솟을듯
극심한 가뭄과 산불 확산에 놓인 러시아가 올해 말까지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로 5일 전격 결정했다. 밀 생산량 1위, 수출 3~4위인 러시아의 이날 발표로 이번 여름 들어 치솟았던 국제시장 밀 가격이 더 급등할 것으로 우려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날 각료회의에서 곡물 수출 금지를 결정하며 “비록 아직 재고량이 있지만 국내 식품가격의 폭등을 막고 다음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러시아 남부와 주변지역의 가뭄은 지난봄부터 계속됐지만 해갈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주부터 시작된 러시아 서부 지역의 산불이 농장지대에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농업부는 최근 올해 밀 수확량이 기존 예상치보다 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 밀값은 공급축소 우려로 7월에 42% 뛰었다. 51년 만에 가장 가파른 월간 상승률이다. 5일엔 다시 8.3%가 뛰었다. 옥수수 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고, 사료 부족 전망에 미국 등지에서 육류 가격도 오름세다.
러시아 등이 수출제한 조처를 실시했던 2008년의 부셸당 13달러에 견주면 아직 밀값은 낮은 편이지만, 상승세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밀을 파종하는 가을까지 가뭄이 이어지면 내년 농사도 기약하기 어렵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현시점에서 세계적 식량위기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4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가뭄 탓에 올해 세계 밀 수확량 예상치를 애초 6억7600만t에서 6억5100만t으로 3.7%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의 가격상승이 물가상승을 이끄는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전세계에 고조되고 있다.
한편 지난주부터 본격화된 산불과 들불은 5일 현재 520여곳에서 계속되며 핵시설과 모스크바 시민들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모스크바 남동쪽 100㎞ 거리에 있는 콜롬나의 해군 군수기지도 사령부 건물과 창고 등 30여곳이 불타 숯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휴가기간 중 모스크바로 돌아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해군의 군수 및 항공 담당 최고책임자들을 해임하는 등 강경한 문책에 나섰다.
모스크바 동쪽 400㎞ 지점의 사로프에 위치한 핵연구소에서는 산불이 다가와, 군병력 2000명이 동원된 핵물질 대포소동이 벌어졌다. 외신들은 근교의 들불에서 발생한 매캐한 연기로 모스크바 시내의 가시거리가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에 불과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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