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05 09:18
수정 : 2010.10.05 09:18
미국, 경고에도 근거 제시 못해
미국 정부가 유럽 여행 주의령을 내리고 유럽 각국도 앞다퉈 위험을 경고하면서 테러 공포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일본 외무성도 4일 미국과 영국에 이어 유럽에 체류중이거나 유럽 여행을 계획중인 자국민에게 ‘주의 환기’ 경보를 내리며 합류했다. 그런데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가 빠진 테러 경고에다 엇갈리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 유럽을 여행하는 자국민들에게 테러에 유의하라고 당부하면서 “알카에다나 그와 연결된 조직들이 테러 모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테러리스트들은 다양한 수단과 무기를 사용해 공공 또는 민간 시설을 노릴 수 있다”며, 교통시설이나 유명 관광지를 테러 발생 가능 지역으로 꼽았다. 비록 “유럽을 여행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테러 위험의 대상이 광범위해 ‘뭘 어쩌라는 것이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테러 경고의 뚜렷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힌 독일 시민권자가 “유럽 비자를 지닌 테러 공격팀들이 침투한 상태”라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독일인 8명과 영국인 형제가 이번 음모의 중심에 있으며, 그중 영국인 한 명은 파키스탄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파키스탄 정보부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이번 음모를 꾸몄다고 전했다.
반면 프랑스 정부 쪽에서는 파키스탄이나 아프간 쪽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가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조직은 이름에만 ‘알카에다’가 들어 있을 뿐 알카에다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러집단이 계획하는 공격 양상도 불분명하지만, 일부 제기되는 내용도 엇갈리고 있다. 여러 외신들은 “뭄바이식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해 불안감을 키웠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2008년 11월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이슬람 테러 조직이 철도역과 호텔 등지에서 사흘 동안 도시게릴라전을 벌여 150여명이 숨졌다. 미국 정부는 이런 보도가 “과장된 내용”이라고 반응했다.
<에이피> 통신은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테러 경고에 따라 유럽의 관광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여행업계로서는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비행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지난 4월의 악몽이 되살아나게 생겼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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