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10.13 09:13
수정 : 2010.10.13 09:13
한달새 4번 총파업…열차·항공 취소 잇따라
“국민 69% 파업 지지” 학생들까지 시위 참여
연금개혁법안을 둘러싼 프랑스 노동계와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대결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프랑스 노조들은 11일 은퇴연령 및 연금수령 연령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전국 총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한달 새만 네번째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상당수 노조들이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데다 대학생과 중고등학생들까지 시위에 참여해, 1968년 5월 정부 붕괴 직전까지 갔던 68혁명을 연상시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68혁명은 애초 드골 정부의 실정과 사회 모순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로 시작해 노동계 총파업으로 이어지면서, 구시대적 가치 체계가 진보적 이념으로 대체되는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프랑스의 상당수 노조들은 12일까지 이틀간 총파업을 한 뒤에도, 날마다 파업 지속 여부를 투표로 결정할 방침이다. 야당들도 노조의 파업에 힘을 싣고 있다. 첫날 파업으로 프랑스 국제선 항공편의 절반과 테제베(TGV) 열차 운행의 3분의 2가 취소됐고, 지하철과 우편 등 공공서비스도 기능을 상실했다. 마르세유에선 정유 및 화물터미널 노조의 파업으로 유럽의 경유값이 들썩이고, 항구에는 50여척의 배가 발이 묶였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야당인 사회당의 미셸 로카르 전 총리는 일간 <르 파리지앵> 인터뷰에서 현재 사태를 “국가적 위험”으로 표현했고, 프랑스 3대 노조인 ‘노동자의 힘’의 장클로드 메이 사무국장은 “오직 힘의 과시만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레몽 수비 대통령 보좌관은 “학생들을 파업에 동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노조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베누아 아몽 사회당 대변인은 “행동을 강화하는 것만이 사르코지 정부가 개혁법안이 불공정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깨닫게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주 프랑스 상원은 은퇴연령을 현행 60살에서 62살로 늦추는 개정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11일에는 연금 수령 연령을 65살에서 67살로 늦추는 조항도 인준했다.
프랑스 민주노조 연맹은 “이번이 정부를 물러서게 할 마지막 기회”라며 배수진을 쳤지만, 사르코지 정부도 전혀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에리크 뵈르트 노동장관은 “프랑스인들에게 더 오래 일하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정부는 2018년까지 은퇴 및 연금 연령 조정으로 700억유로(약 109조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뿐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2012년 대선에서 재집권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르 파리지앵>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프랑스 국민의 69%가 이번 총파업을 지지했다. 반면 10일 여론조사기관 세에스아(CSA)의 발표에 따르면,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