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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2.10 19:33 수정 : 2011.02.10 19:33

10년간 직원 절반 구조조정
고장·연착 속출…시민 원성

“1838~2011년. 두 번의 세계대전과 분단도 견뎌냈지만 부주의, 이익추구, 경영실패와 정치가들 무능의 희생이 되다.”

독일 베를린의 지역 일간지 <베를리너쿠리어>엔 얼마 전 이런 부음 광고가 실렸다. 떠난 이는 사람이 아니다. 한때 효율적인 연결망을 자랑해 세계 모범 교통수단으로 불리던 베를린전철이다.

지난해 12월 폭설과 강추위 속에 독일 철도 운행은 대혼란을 겪었다. 열차가 고장으로 멈춰서고, 연착으로 승객들이 몇 시간 동안 기차에 갇혀있거나 역에서 밤을 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독일철도에 속하는 베를린전철도 1년 넘게 고질처럼 돼버린 연착 때문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이번 겨울 들어 베를린전철은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542대 열차 중 213대만 운행 중이다. 철로 고장으로 아예 운행이 정지된 구간도 있다. 베를린전철은 5년 뒤에나 완전한 정상 운영이 가능하고, 이에 들어갈 비용만 7억유로(약 1조6700억원)라는 추정치도 나왔다. 해가 바뀌면서 승차권 가격까지 대폭 인상돼 시민들의 원성은 높아가고 있다.

‘철도강국’이라 불리던 독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1999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민영화와 뒤이은 무리한 구조조정 때문이다. 당시 독일철도 사장은 민영화의 선봉에 나서 주식 상장을 목표로 정비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독일철도 직원은 10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는데, 그 중에서도 베를린전철이 집중적인 구조조정을 겪었다. 이런 상태에서 맹추위가 닥쳤는데도 전동차 정비가 부실해 브레이크가 고장나고 바퀴에 금이 가는 사태가 속출했다.

베를린전철 운행 차질 문제는 최근 시의회에서 주요 논쟁거리가 돼 버렸다. 시의회에선 지난달 독일철도 사장 등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뤼디거 구르베 사장은 철도차량 제작사에 잘못이 있다고 말했지만, 제작사인 봄바디어 쪽은 “우리가 시공한 세계 각국의 철도는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베를린만의 문제인 것 같다”고 응수했다. 사민당과 좌파당의 연립정부인 베를린시 정부는 “독일철도의 심한 구조조정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고, 녹색당은 “이런 상황까지 올 때까지 막지 못한 것은 시정부의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는 오는 9월 베를린 의회 및 시장 선거에서도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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