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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3 16:19 수정 : 2005.07.03 16:19

▷ (사진설명)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일 유럽연합 의장을 맡음에 따라 예산안을 둘러싼 영국과 대륙국가의 갈등을 풀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레어 총리(왼쪽)가 지난달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

의장국 된 영국, 예산안 갈등 주역
유럽의회, 타협도출·비전제시 촉구

1일부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새로 6개월 임기의 유럽연합 순회의장을 맡음에 따라 지난 6월 중순 영국의 예산 환급금 폐지와 농업보조금 개혁 등 유럽연합 예산안을 두고 일전을 벌였던 영국과 독일·프랑스 사이에 긴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17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단호한 태세를 보였던 블레어 총리는 의장으로서 회원국 사이에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무감도 커졌지만 이를 이용해 유럽연합을 주무르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럽 위한 ‘제3의 길’?=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22일 의장으로서 의제를 제시하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유럽연합 헌법을 부결한 것은 유럽연합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며, “변화냐 죽음이냐”를 두고 선택을 할 것을 촉구했다. 블레어 총리는 유럽연합이 앞으로 확장을 계속하지 않고 문을 닫으면 새로운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유럽이 직면한 도전은 전세계적인 경쟁체제”라며 유럽연합이 중국과 인디아같은 나라들의 도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대책도 없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규제완화, 복지의 축소, 군사적 능력의 제고, 연구비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자신이 주창한 제3의 길과 흡사하다.

유럽연합 회원국간 갈등을 야기한 예산 분담금 환급문제와 관련해 그는 영국은 연간 46억유로(55억달러)에 이르는 환급금을 포기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농업보조금에 대한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농업보조금은 500억유로로 환급금의 10배가 넘는다. 동유럽 10개국은 2005년 기존 국가들이 받는 보조금의 30%를 받고, 2013년에 같은 비율로 조정된다. 그는 농업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한 2002년의 합의 내용을 의식한 듯 2014년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고 강조했다.

%%990002%%험난한 앞길=블레어 총리의 연설 뒤 유럽연합 각국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블레어 총리의 주장은 유럽에서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을 짓밟는 ‘앵글로색슨식’ 시장 철학”으로 비판받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예산안 개혁과 관련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농업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프랑스는 말할 필요도 없다. 폴란드 정부는 블레어가 강조한 경제적 자유주의에도 동의하지만, 독일과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 체제도 원하고 있다.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는 블레어의 주장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이 유럽헌법을 부결시킨 이유를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나라는 복지의 축소, 실업률 상승, 회원국 주권의 약화 등을 우려했다. 그러나 블레어의 주장은 복지의 축소와 노동력 착취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영국은 유럽에서 노동시간이 48시간 이상으로 가장 길고, 시간당 최저임금도 4.85파운드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의 주장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부자야 좋지만 노동자들은 오래 일하고 임금은 적게 받게 된다.

블레어가 이끌 유럽연합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영국이 순번 의장국을 맡는 동안 2007~13년 예산안 확정을 위한 타협을 도출해낼 것과 회원국 간 국경을 초월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을 블레어 총리에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은 9월 총선이 있어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영국의 경쟁자로 많은 협력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의장국인 영국조차 먼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려는 의지가 없어 25개 회원국을 하나로 모으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U헌법’ 비준 11개국으로

몰타·록셈부르크 곧 투표
영국 등 여섯나라는 연기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지난 5월29일과 지난달 1일 국민투표에서,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규정한 유럽연합 헌법 비준안을 부결시키면서 유럽연합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은 두나라에서 부결로 나오자마자 내년 상반기를 예정됐던 국민투표를 즉각 무기연기했고, 덴마크, 체코, 포르투갈, 폴란드, 스웨덴도 정상회의를 전후해 비준 일정을 연기했다. 연기한 나라는 여섯이고, 날짜를 정하지 못한 나라는 아일랜드 하나다. 이에 따라 ‘헌법이 죽었나, 살았나’하는 논쟁이 가열됐고 ‘죽었다’는 쪽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등은 아직도 헌법의 부활을 시도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비준절차는 계속돼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키프로스가 지난 30일 의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한줄기 서광을 비추고 있다. 전체 56석인 키프로스 의회는 이날 비준안을 찬성 30, 반대 19, 기권 1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헌법을 비준한 나라는 대통령 서명만 남은 독일을 비롯해 11개국으로 늘었다. 몰타와 룩셈부르크는 이달 6일과 10일 각각 의회 투표와 국민투표로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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