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08 20:42
수정 : 2011.07.09 09:18
신문사 폐간 ‘두 노림수’
‘뉴스오브더월드’ 직원 200여명
측근 보호 위해 ‘희생양’ 삼아
“로마에 불을 지르고 수금(하프)을 연주했던 네로 황제 같다.”
추악한 불법도청 파문에 휩싸인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폐간이 전격 결정된 7일(현지시각), 소유주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미국의 골프장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을 두고 불법도청 피해자의 변호인 마크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 회장이자 루퍼트 머독의 아들인 제임스 머독이 168년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 최대 일요신문사를 문닫겠다고 발표하자,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사필귀정’이라는 반응 속에서도, 머독이 자신의 ‘미디어 제국’으로 파문이 확산되는 걸 막으려고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는 “(폐간 결정이라는) 큰 결단을 내렸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청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시기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을 지낸 리베카 브룩스가 현재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로 여전히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만큼, 도청 파문에 대한 책임있는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거리로 내몰릴 처지가 된 이 신문사 직원 200여명은 “측근 보호를 위해 애먼 직원들만 ‘희생양’을 삼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신문의 데이비드 우딩 정치 에디터는 “5~6년 전 발생한 일 때문에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까지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은 머독이 불법도청 파문이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 허가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걸 막기 위해 신문을 폐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머독이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신문사업을 통한 수익은 13%에 불과한데, 더 큰 수익을 안겨줄 방송을 얻기 위해 한줌뿐인 <뉴스 오브 더 월드> 하나쯤 문을 닫는 건 손해도 아니라는 계산이란 것이다. 또 ‘간판’만 바꿔 새로운 일요신문을 내면 되니, 머독으로서는 손해도 아니다. 실제로 머독 소유의 또다른 신문 <더 선>이 일요판을 발행할 계획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유명인사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광범위하게 불법도청을 해왔던 이 사건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 출신이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공보책임자였던 앤디 컬슨이 이날 체포된데다, 총리 또한 이날 이 사건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에이피>(AP) 통신은 8일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타블로이드 신문인 <데일리 스타>도 도청 혐의와 관련해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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