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퍼트 머독. 한겨레 자료사진
|
‘궁지 몰린’ 언론재벌 머독
주간지 380만부·일간지 300만부 ‘문어발 언론’ 소유
선거개입 등 정치 쥐락펴락 하다 도청으로 입지 위축
1992년 영국 총선날 아침,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은 1면에 노동당 당수 닐 키녹의 얼굴을 전등에 구겨넣은 합성 그래픽과 함께 “만약 오늘 키녹이 이긴다면 영국을 떠나는 마지막 사람이 이 불을 꺼주시오”라고 썼다. 영국을 떠나고 싶지 않으면 키녹을 찍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보도였다. <더 선>이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노동당을 흠집낸 것은 물론이다.
선거는 노동당의 승리를 예상한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존 메이저의 보수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다음날 <더 선>은 1면에 “이긴 것은 ‘더 선’이다”라며 호기를 부렸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정치인들이 머독에게 꼼짝 못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고 분석했다.
루퍼트 머독(80)의 이름에는 항상 ‘언론 제국’, ‘언론 황제’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머독이 소유한 영국 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가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지난 10일 자진 폐간했지만, 그가 전세계에 거느린 언론 관련 사업체만 700여개에 이른다.
|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 신문 현황
|
하지만 그의 미디어 왕국도 <뉴스 오브 더 월드>의 불법 도청 사건으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영국 장관이 <가디언>에 토로했듯이 “(불법 도청 파문을 계기로) 머독과의 관계가 한순간에 자산에서 부채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디어 제국’ 건설의 정점에 있던 영국 위성 방송 <스카이> 인수 작업도 여론 독점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