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9 20:59
수정 : 2011.07.2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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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호어 <뉴스 오브 더 월드> 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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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청 폭로자 죽음·경찰간부 사퇴 파장확산
보수당 정권까지 사정권…머독, 일선 퇴진 전망
영국 신문들의 도청 파문이 주요 증인의 사망 등 꼬리를 무는 사건으로 극단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폭주기관차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이 사건이 누구를 들이받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사태는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부자가 영국 의회의 청문회 증언대에 서기 전날인 18일(현지시각) 핵심적 내부고발자가 숨지면서 한층더 복잡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전 기자 숀 호어가 런던 북부 왓퍼드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사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피살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어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 때문에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주에도 새로운 주장을 내놓으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현지 언론은 자살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한 반면, 일부 이웃은 “호어가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타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어는 루퍼트 머독 언론제국의 영국 사업을 총괄하는 뉴스인터내셔널이 발행하는 <뉴스 오브 더 월드>와 <더 선>이라는 2개의 황색매체를 오가며 연예계 기사를 써왔다. 그가 지난해 9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두 매체에서는 도청이 일반적 취재 기법이었다고 폭로한 것은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제2막을 여는 데 큰 구실을 했다. 뒷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공보책임자로 기용하는 앤디 쿨슨이 <뉴스 오브 더 월드> 편집장을 하면서 도청을 독려했고, 자신도 그한테서 도청 취재 지시를 받았다고 고백한 것은 결정적이었다.
호어는 지난주에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몸담았던 매체가 경찰관들한테 돈을 주고 휴대전화 위치 확인 기술을 이용해 유명인들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신문사 데스크들한테 유명인들의 위치를 문의하면 (경찰의 협조를 받아) 15~30분 만에 ‘저곳에 있다’고 알려주곤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호어가 숨진 것은 머독에게는 반가운 뉴스일 수 있다. 머독 쪽은 지금까지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 출신 3명을 비롯해 10명이 체포되고 이 매체가 폐간하는 손해를 입었다. 영국 신문들에 자신 명의의 사과성명도 낸 머독은 19일 의회 청문회 출석을 전환점으로 삼아 사태 진정을 꾀하고 있다. 영국 정부 쪽에서는 지난 17일 런던경찰청의 폴 스티븐슨 청장이 물러난 데 이어 18일에는 존 예이츠 치안감이 옷을 벗었다.
하지만 가속도가 붙은 스캔들이 머독의 제국, 나아가 보수당 정권을 침몰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머독 쪽에서는 ‘상부에서는 몰랐다’는 논리로 수년간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지만 지금은 <뉴스 오브 더 월드>나 그 모회사 뉴스인터내셔널 수뇌부까지 사정권에 들어왔다. 영국 경찰은 18일에는 머독의 최측근으로 뉴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였던 리베카 브룩스가 은닉한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그의 집 근처 쇼핑몰 주차장에서 발견해 조사하고 있다. 이 가방에는 컴퓨터와 서류가 들어 있었다.
머독의 회사는 이번 사건이 본격화되고 2주 동안 주가가 폭락했고, 머독 일가의 지분 가치만 해도 10억달러(약 1조600억원)가량 감소했다. 주주들 불만이 커지는 것은 머독의 회사 장악력이나 후계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후계자로 길러져온 머독의 아들 제임스 머독은 2007년 뉴스코퍼레이션의 유럽·아시아 담당 경영자가 된 뒤 고든 테일러 잉글랜드 프로축구협회 회장에게 도청에 대한 배상금으로 70만파운드(약 12억원)를 주도록 지시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
머독에게는 설상가상으로, 해커 집단 룰즈섹이 <더 선> 등의 누리집(홈페이지)을 해킹하는 일도 벌어졌다. 18일에는 <더 선> 누리집에 접속하면 머독이 정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허위 기사가 떴다. 19일 새벽에는 <더 선>과 머독이 소유한 또다른 신문 <더 타임스>의 누리집 접속이 끊겼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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