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19 21:01
수정 : 2011.07.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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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프랑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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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집권 사회당, 프랑코 유해 이장 뒤 재단장 추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교외 언덕엔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호화 유적지가 있다. ‘망자들의 계곡’으로 불리는 이 곳은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사진)가 범좌파 연합인 ‘인민전선’이 주축이 된 신생 공화정을 쿠데타로 무너뜨린 뒤 ‘인류 양심의 전쟁’으로 불리는 스페인 내전(1936~1939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조성한 곳이다. 계곡 중심엔 웅대한 바실리카(가톨릭 공회당)가 있으며, 바실리카 내부의 제단 뒷편엔 프랑코의 주검이 꽃으로 치장된 묘비 아래 누워있다. 프랑코가 스페인 내전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는 구실로 만들었으나, 사실상 프랑코 파시즘 유적지란 비판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스페인의 사회당 정부가 여기 묻힌 프랑코의 유해를 이장하고 ‘망자들의 계곡’을 ‘화해의 장소’로 재단장하려는 계획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8일 전했다. 프랑코 독재와 관련된 모든 유물들의 이전, 내전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국가 배상을 뼈대로 한 ‘역사기억법’(2007년)이 근거다.
그러나 이같은 ‘역사 바로 세우기’는 내전이 끝난 지 72년이 지난 지금도 극히 민감한 문제다. 사실상 프랑코 기념관인 이 곳이 스페인 극우파들에겐 성지나 다름없는데다, 뿌리 깊은 지역 갈등과 아픈 과거사의 앙금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인 보수야당인 국민당은 “묵은 상처를 들쑤신다”는 이유로 역사기억법안 입법과 집행을 줄곧 반대해왔다. 라몬 하우레기 총리실장관은 “스페인의 민주화 이행은 내전과 독재의 깊은 상흔 탓에 매우 신중한 과정이며, 따라서 과거사를 조금씩 단계적으로 다뤄왔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앙헬 비냐스는 “이 곳은 (프랑코의) 학살이 자행된 곳이어서, 지금도 과거의 어두움과 대면하길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다른 나라들도 과거와 화해를 했는데 스페인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지우기’가 화해와 갈등의 역사적 갈림길에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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