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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5 20:44 수정 : 2011.07.26 10:44

테러범 “세포조직 있다” 진술
브레이비크, 영 극우파 인연 강조…영국 당혹
학살에 놀란 유럽, 극우 테러리즘 대책 비상
“이슬람극단주의 신경쓰다 당해” 뒤늦은 반성

지난 22일 발생한 노르웨이 테러가 극우파에 의한 대량 인명살상의 위험을 깨우쳐주면서 유럽에 극우 테러리즘 대처라는 새로운 숙제가 주어졌다. 이슬람 극단주의에만 집중해 등잔 밑이 어두웠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 가장 놀란 나라는 영국이다.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인터넷에 올린 1467쪽짜리 ‘유럽 독립 선언’ 등에서 영국 극우파와의 인연을 유독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는 리처드라는 영국인이 자신의 멘토였다고 밝히고, 극우 단체인 영국수호연맹을 여러번 거론했다. 영국 극우주의자들과 2002년에 비밀 회동을 했다는 주장도 했다. <가디언>은 브레이비크가 지난해 영국 극우단체 집회에 참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만약 공범이나 조력자가 있다면 또다른 테러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라 치안 당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브레이비크가 25일 재판에서 “2개 세포가 더 있다”고 한 것은 심상찮은 대목이다. 인터넷 극우 논객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와 제3자가 범행을 실질적으로 모의했거나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정부는 경찰관을 노르웨이에 급파해 브레이비크와 영국인들의 연계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찰 기구인 유로폴은 전문가 50여명으로 특별조직을 만들어 스칸디나비아 지역인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덴마크에서 점증하는 극우파의 위협을 점검하고 대응하기로 했다. 유로폴은 “(극우 조직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려고 더욱 전문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며 이번 조처의 배경을 설명했다.

프랑스 경찰은 25일 프랑스 남부 쿠르나넬에 있는 브레이비크의 아버지 집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폴란드 경찰은 브레이비크가 자국에서 비료 등 사제폭탄 원료를 구입한 과정을 조사중이다.

이렇게 유럽 치안 당국이 발빠르게 나선 것은 노르웨이에서 극우 테러리즘의 ‘위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영국 무슬림들이 저지른 2005년 런던 ‘7·7 테러’의 사망자 수(52명)를 능가하는 이번 사건이 테러에 좌우나 이슬람·기독교가 따로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 전환은 뒤늦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후 유럽에서 극우 테러리즘은 이미 1970년대에 싹텄고, 1980년 독일 뮌헨의 축제 옥토버페스트에서 20대 청년 군돌프 쾰러가 폭탄으로 12명을 살해하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유럽 극우파와 극우 테러리즘은 1990년대 이후 유럽의 상대적 쇠퇴를 틈타 더 힘을 얻었다. 유럽 통합은 ‘백인들만의 유럽’이라는 극우파의 ‘꿈’을 키워준 측면도 있다. 극우 단체들과 정당들은 이런 토양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백인 인구 비율이 높지만 관대한 이민·난민 정책을 시행하는 북유럽에서 반감이 자라는 속도가 빠르다. 테러가 일어난 노르웨이에서는 올해 중동과 아프리카 출신 난민 1만5000명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역시 관대한 이민 정책을 시행하는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이민자 10여명에게 총격을 가한 남성이 체포됐다. 하지만 노르웨이 정부가 올해 치안 보고서에서 두 차례나 극우파의 테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공언한 것처럼, 유럽 정부들은 ‘진짜 유럽인’에 의한 테러 가능성은 가볍게 취급해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이 <비비시>(BBC) 방송에 “모든 종류의 테러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불균형을 두고 한 말이다.

극우파 테러는 외톨이형 인물에 의한 단독범행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난점도 있다. 네덜란드 대테러국 대변인 에드뮌트 메스하르트는 “노르웨이 테러범 같은 사람들은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식이라 사전 적발이 아주 어렵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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