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20 21:14
수정 : 2011.09.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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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빈 로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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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큐 ‘부도덕한 히틀러 총아’로 그려…유족 반발
고결한 군인인가, 뻔뻔한 전범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북아프리카 기갑군단을 지휘한 에르빈 로멜을 재평가한 다큐멘터리가 독일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 독일 남서부 공영방송 <에스베아르>(SWR)가 로멜을 부도덕한 ‘히틀러의 총아’로 묘사한 이 필름은 방영은커녕 완성되기도 전부터 로멜의 후손들로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0일 보도했다.
로멜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탁월한 기동전술과 지휘력으로 영국군과의 전차전을 거듭 승리로 이끌면서 ‘사막의 여우’라는 별칭을 얻었다. 히틀러의 두터운 신임 속에 독일육군 원수에 올랐고 최고훈장까지 받은 영웅이었다. 뿐만 아니라 포로들에 대한 관대한 처우와 깔끔한 전투로 적국인 연합군 지휘관들로부터도 ‘위대한 장군’으로 인정 받았다. 로멜은 말년에 자신의 전투를 “기사도 정신을 구현한 ‘증오심 없는 전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다큐를 제작중인 니키 슈타인은 독일 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로멜은 ‘독일 전쟁세대의 체현’이자 자신이 열정을 바쳐 섬긴 인물이 전범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인물로 그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로멜의 아들인 만프레드(82) 등 후손들은 이 영화가 로멜의 ‘기사도다운 면모’를 무시한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다큐 제작진에게 “로멜은 초기에 군인으로서 히틀러를 평가했지만 둘의 상호존중은 히틀러의 ‘승리 아니면 죽음’이란 명령 이후 끝났다”고 항변했다. 제작진 쪽은 역사학계와 군사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았으며 대본의 정밀함과 감독의 신중함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반박한다.
로멜은 1942년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과 대결한 엘알라마인 전투에서 보급이 끊기자 ‘병사들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본국의 명령을 어기고 퇴각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으며, 1944년에는 히틀러 암살 미수사건으로 체포된 뒤 자살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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