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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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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립수의학대학 연구팀은 코끼리 발에 뼈가 자라난 것처럼 보이는 부위가 실은 코끼리의 엄청난 체중을 지탱해주는 여섯번째 발가락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조직구조 분석, 해부, 전자현미경 관찰 등 다양한 분석을 토대로, 이 조직이 불규칙하고 특이하게 배열된 발가락 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화석에 남은 흔적을 보면, 약 5500만년 전께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초기 코끼리들의 발은 납작해서 다른 구조물이 발달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코끼리의 몸집이 점차 거대해지고 육지 생활을 더 많이 하게 된 4000만년 전께부터, 엄청난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이같은 ‘발가락 이전 단계’의 뼈가 진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코끼리의 ‘여섯번째 발가락’ 뼈는 1706년 스코틀랜드의 한 의사가 처음으로 코끼리의 발을 절개하면서 발견됐다. 이후 과학계에선 이것을 발가락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300년이 넘게 씨름해왔다. 연구팀의 존 허친슨 교수는 “이 조직이 초기 코끼리에겐 애초엔 뼈가 아니었을 수 있으나 점차 연골조직으로 발달하면서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뼈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특별하게 진화한 ‘여섯번째 발가락’ 뼈는 판다나 두더지에게서도 볼 수 있다. 판다의 이런 뼈는 ‘또 하나의 발가락’이라고 하기엔 미흡하지만 대나무를 붙잡는 등 실제로 발가락의 기능을 한다. 두더지도 여섯번째 발가락처럼 보이는 뼈를 땅을 파는 데 사용한다.
코끼리의 다리는 언뜻 나무통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해부학적 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다섯개의 발가락은 앞을 향하고 있어 발 끝으로 설 수도 있지만 ‘여섯째 발가락’은 뒤꿈치 쪽으로 나 있어 육중한 몸무게를 받쳐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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