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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깎는 학교·물새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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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부 코번트리의 리처드리 초등학교 건물은 1950년대 중반에 지어졌다. 교실 벽면에 붙인 학생들 작품이 이튿날 벽을 적시는 습기 때문에 망가질 정도로 구닥다리다. 이 학교 건물은 애초 2009년에 다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예산 집행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수명이 연장됐다. 급히 보수공사라도 하려면 380만파운드(약 69억원)가 필요하지만 내려온 돈은 고작 9000파운드다. 이 학교 수석교사 니콜라 하우드는 “벌어진 틈마다 물이 스며들고 한 군데를 메우면 또다른 곳에서 물이 샌다”고 한탄했다.
리처드리 초등학교의 문제는 단순히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6월에는 천장 구조물 덩어리가 복도로 떨어졌는데, 한밤중이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 교사들은 호흡기 질환을 앓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지저분한 교실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의 교육 예산 동결과 삭감 탓에 리처드리 초등학교처럼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영국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남부 스윈던에 있는 이삼바드 커뮤니티스쿨은 1200명에 이르는 학생들에 대한 1인당 예산이 올해 247파운드 깎였다. 지난해 학생 수는 240명 늘었지만 급식 예산은 그대로라 음식의 질 저하도 예상되고 있다. 이 학교 수석교사 레이첼 매티는 “책이나 교사 훈련 등 모든 분야의 예산을 깎아야 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노동계층 부모들에게 그나마 도움이 돼주던 방과후 놀이방과 클럽 활동도 예산 삭감과 자선기관들의 지원 감소로 위기를 만났다고 전했다. 한 조사에서는 488개 방과후 클럽 중 10%가 내년 안에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탁아소와 초등학교 진학 아동이 9%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지난해 교육 예산을 동결했다. 민간 연구소인 재정연구소는 2014~15년에는 현재보다 정부의 교육 예산 지출이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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