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1 18:32
수정 : 2005.07.21 18:46
전국 이슬람시설 급습…주모 용의자 체포
인구 97% 무슬림 ‘소탕전’ 반발 커져
런던테러 수사의 초점이 파키스탄으로 옮겨갔다.
영국 경찰이 이번 테러의 유력한 주모자로 보고 추적해온 파키스탄계 영국인 하룬 라시드 아스와트(30)가 파키스탄에서 체포돼 20일 밤 조사를 받았다고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살폭탄 공격 현장에서 숨진 용의자 모하메드 시디크 칸(30)과 함께 영국 북부 듀스베리에서 나고 자란 아스와트는 런던테러 2주일 전 영국에 들어와 공격 계획을 지휘했으며 사건 직전 영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살폭탄 공격 용의자들의 휴대전화에는 런던테러 몇시간 전까지 아스와트와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스와트가 런던 북부 모스크에서 ‘지하드’(성전)을 선동하는 설교를 하다 지난해 체포된 성직자 아부 함자 알마스리의 측근이며, 정보당국은 아스와트가 알카에다와 연결돼 활동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미국 등의 압력으로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나선 파키스탄 보안군은 20일 전국의 종교학교와 종교단체 사무실 등을 급습해 200여명을 구금했다고 아프탑 셰르파오 파키스탄 내무장관이 밝혔다. 아스와트도 이 소탕작전 도중 체포됐으며, 체포 당시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있었다고 한 파키스탄 정보 당국자가 영국 언론들에 밝혔다.
무장한 정부군이 종교학교, 사원 등에서 체포작전을 벌이자 항의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인구 1억6100만명 중 97% 이상이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는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권력을 굳히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져 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2001년 9·11 동시테러 이후에도 알카에다 관련 혐의로 700여명을 체포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알카에다와 연결된 훈련캠프나 무장단체들을 봐주고 있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왔다. 무샤라프의 한 측근은 21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모든 무장세력에 대한 전면 공격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대대적인 저항공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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