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6.11 19:13
수정 : 2012.06.11 21:28
유로존 구제금융 판도 뿌리채 흔들
그리스 1당 빼고 모두 “재협상”
아일랜드 총리 “스페인처럼”
21일 재무회담 때 제안키로
유로존의 스페인에 대한 ‘특혜성’ 구제금융이 그리스 총선 이후 구성될 새 정부의 긴축정책 파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일랜드 등 혹독한 긴축을 강요받았던 다른 구제금융 신청국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유로존 위기의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는 시장의 긍정적 반응과 별개로, 스페인 구제금융이 유로존 국가 사이에서 위기의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에서는 17일(현지시각) 재총선을 앞두고 구제금융 조건에 대한 재협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치러진 1차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는 “혹독한 긴축 조건이 없는 스페인 구제금융은 그리스 번영을 위한 유일한 길이 긴축을 거부하는 것임을 명백하게 보여줬다”며 전 정부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정책을 파기할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11일 보도했다. 시리자는 연정 구성에 실패해 다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신민당과 제1당 자리를 다투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신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사회당(PASOK)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당수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이후 거국내각을 구성해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2차 총선이 끝난 뒤에도 연정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신민주당과 시리자 등 주요 정당 대표들에게 (미리) 편지를 보내 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했다”며 “유로존에 잔류하되,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건 아주 힘든 조건들을 재협상하는 데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리자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구제금융 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차 총선 때 1위를 차지한 신민주당만이 “유로존에 남아 긴축을 이행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그리스 정계의 구제금융 재협상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총선 이후 구성될 새 정부가 긴축정책을 수정 또는 파기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스가 긴축정책을 파기할 경우 유럽의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져들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미 그리스에서는 사실상의 ‘뱅크런’(예금인출사태)으로 개인들의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게다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세금이 거의 걷히지 않아 그리스 정부는 파산에 가까운 상태다.
더욱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가장 큰 돈줄인 독일 경제도 지난 4월 산업생산지수가 전달에 비해 2.2% 떨어지는 등 최근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주에 발표될 예정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동향 관련 지수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유로존 지역 경제대국들의 동반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구제금융 대가로 가혹한 긴축을 강요받았던 아일랜드도 스페인의 관대한 구제금융 조건 수준으로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이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최근 “스페인에 제공된 모든 것은 유로존 회원국들에도 함께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21일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제금융 재협상을 안건으로 제안하기로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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