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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8 19:58 수정 : 2012.06.28 23:01

싼 금리로 금융비용 줄이려
다른 은행들에도 담합 요청
자금조달 기준금리 조작나서

미·영 당국, 역대 최고 벌금
4억5000만달러 부과하기로
시티그룹 등으로 조사 확대

“이번에 정말 큰 신세를 졌군요! 언제 한번 들르세요. 당신을 위해 볼랭제(프랑스산 최고급 샴페인)를 준비해 놓을게요.”

2006년 3월 영국 최대 은행이자 자산규모 세계 4위 은행인 바클레이스의 한 파생상품 중개인은 거래 은행의 담당자에게 이런 전자우편을 보냈다. 세계 금융거래의 기준금리가 되는 리보금리 조작에 협조해준 것에 대한 감사 편지였다. 이 중개인은 경영진으로부터 리보금리를 낮추도록 힘써보라는 지시를 받은 참이었다.

그는 거래은행 담당자에게 금리조건을 낮출 것을 넌지시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당시 자금 수요가 컸던 바클레이스가 좀더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은행들과 담합해 리보금리 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리보금리 조작 의혹을 수사해온 미국 법무부와 영국 금융감독청은 바클레이스에 역대 최고 수준인 4억5000만달러(약 5194억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27일(현지시각) 전했다. 바클레이스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리보금리는 물론 유리보금리(유로존 12개국의 시중은행간 금리)까지 조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부채비용 등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 조작을 시도했다. 파문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영국 재무장관 조지 오즈번은 28일 미국의 시티그룹, 스위스의 유비에스(UBS), 영국의 에이치에스비시(HSBC), 왕립스코틀랜드은행 등 4곳의 대형은행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런던 증시에선 대형은행주들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번 사건은 국제금융시장의 기준금리까지 조작했다는 점에서 금융자본의 타락이 막장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리보금리가 350조달러(약 39경원)에 이르는 전세계 금융거래의 벤치마크(기준치) 역할을 하는 이유는 영국 은행들의 신용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금융자본도 탐욕을 채우기 위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다.

리보금리는 과거 외환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신흥국들한테는 ‘저주의 금리’처럼 기억된다. 외국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리보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금리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나 2008년 외화채권 발행 추진 당시 가산금리가 치솟아 어려움을 겪었다. 신흥국들엔 엄격하게 적용했던 기준금리를 정작 금융자본 자신들은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조작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은 2010년 캐나다 금융당국이 유럽 대형은행들 사이에 리보 담합이 관행처럼 이어져왔다는 제보를 받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를 제보한 은행은 스위스 최대의 금융그룹인 유비에스로 지목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바클레이스가 가장 먼저 조사에 협조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리보금리(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s)

런던의 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신뢰도 높은 20개 상위권 은행들 사이 단기적인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금리. 각 은행이 적당한 금리조건을 제시하면 영국은행협회가 이를 종합해 결정한다. 세계 각국의 국제간 금융거래에 기준금리로 활용돼 신용카드 거래부터 기업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거래에 영향을 미친다. 27일 현재 3개월짜리 리보금리는 0.46%이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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