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9.02 20:22
수정 : 2012.09.02 21:47
“입덧완화제 부작용 침묵 사죄”
독 그뤼넨탈, 전세계 1만 피해낳아
독일 제약회사의 어설픈 사과가 반세기 넘는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을 다시 한 번 분노케 했다.
독일 제약사 그루넨탈의 해럴드 스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독일 서부도시 슈톨베르크에서 열린 피해자들을 위한 기념행사에 참석해 지난 1950년대 입덧 완화제로 사용된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침묵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탈레도마이도는 1953년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입덧, 두통, 감기, 불면증 등의 완화제로 판매됐지만, 1961년 임신한 여성이 복용할 경우 태아의 팔다리에 기형을 초래한다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확인되며 시판이 금지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 약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1만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스탁은 ‘팔다리가 없는 아이’ 제막식에 나와 “우리의 오랜 침묵을 우리가 당신의 운명에 일으킨 일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지난 50여년 동안 여러분을 만나 사과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사죄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의 과학 수준으로 보자면, 충분한 실험을 거쳐 판매가 결정된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약의 부작용이 확인된 뒤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낳은 피해자들은 국가별로 소송을 벌여 보상금을 받아냈다. <로이터> 통신은 그루넨탈은 2010년까지 5억유로를 보상금으로 지불해왔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은 충분치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의 부작용으로 양손에 심각한 장애를 입고 태어난 미국의 베리스퍼드 부드(51)는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고통을 받고 우리 부모가 자살을 하던 지난 50년 동안 그들은 수십만달러를 벌어왔다”며 “이제와 사과한다고 말한다면 누가 그에 대해 충분하다고 느끼겠냐”고 분노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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