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19 07:20 수정 : 2005.08.19 07:21

기존뮬과 전혀 다른 편찬뮬의 독일어 사전
"10여 년 동안 매달려온 '필생의 역작'입니다"

기존 뮬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언어학적 방법론에 의거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역순 사전이 독일 출판사에서 한국학자에 의해 출판됐다.

원로 독문학자인 서강대의 이덕호(68) 명예교수가 15년 간에 걸친 작업 끝에 지난 15일 독일의 발터 데 그뤼터(Walter de Gruyter) 출판사에서 나온 '독일어 역순사전'(Ruecklaufiges Woerterbuch der deutschen Sprache)은 1천300여 쪽에 걸쳐 약 27만 개의 표제어를 수록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역순사전 중 최대 수록 어휘는 약 18만 어휘 정도였다.

일반 사전이 어휘를 읽는 순서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어휘를 수록하는 데 비해, 역순 사전은 어휘의 뒤쪽부터 왼쪽방향, 즉 역순(으로 어휘를 싣는다.

역순 사전은 어휘 뒤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합성 혹은 파생시키는 접미사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 주로 언어학자들이 많이 사용했다.

무엇보다 이 사전 발간의 의의는 단순히 '세계 최대규모의 역순사전 편찬'에만 있지 않다. 기존의 역순 사전과는 완전히 다른 뮬의 새로운 언어학적 방법론을 적용해 편찬된 것이 더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역순 사전이 기계적인 표제어 역순 배열에 그쳤다면 이 사전은 어휘의 파생과 합성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계열화하는 등 역순사전학과 역순사전편찬사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를 들어보자. 여기 'farbig'라는 '다채로운'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가 있다. 이 어휘가 색깔을 나타내는 다른 형용사 뒤에 붙으면 '무슨무슨 색을 띠는'라는 새로운 형용사가 만들어진다.

기존 역순 사전에서는 사전 사용자가 'farbig'를 찾은 이후 그 앞에 붙는 어휘도 단순히 알파벳의 역순(기계적 역순)으로 찾을 수 밖에 없었던 데 비해, 이 교수의 역순사전에서는 'farbig' 까지 찾은 이후에는 'rosafarbig'(장미 색깔의), 'rotfarbig'(붉은 색깔의) 등의 단어를 알파벳의 정상적인 순서대로 어휘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무슨무슨 색깔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모든 독일어 단어를 알파벳 순서대로 손쉽게 찾아 정리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교수는 일견 단순해 보이는 사전의 이런 차이 때문에 색깔을 나타내는 다채로운 어휘를 한꺼번에 알파벳 순서대로 파악할 수 있어 사전 사용자의 표현능력을 크게 신장할 수 있고, 특히 어휘가 머리에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 이 사전에서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사전의 사용 대상자는 언어학 연구자에 국한되지 않고, 언어학습자들을 포함한 일반인들로까지 폭넓게 확장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론에 대해 독일 만하임대학교 독일어연구소장을 역임한 게르하르트 슈티켈 교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지 현지 언어학자들도 깜짝 놀랄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고, 사전을 출판한 발터 데 크뤼터 출판사의 하이코 하르트만 편집장은 이 사전이 언어학 연구의 기초자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언어학 연구의 효율성을 크게 제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사전편찬 방법론을 200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독어독문학 대회에서 발표해 세계각국의 언어학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기자에게 "내 방법론이 사실 대단히 창의적인 발상은 아니지만 기존의 역순사전 편찬자들이 간과했던 부분을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봐서 훨씬 유용한 역순사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60년데 뮌헨 유학시절부터 새로운 사전이 있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이 교수는 1990년 본격적으로 어휘를 수집하고 표제어 설명을 쓰는 등 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다. 15년 동안 자는 시간과 강의하는 시간을 빼고는 모두 사전 편찬 작업에 매달려, 지난 15일 독일의 학술전문 출판사로 유명한 발터 데 그뤼터에서 세계 최초의 신체제 역순 사전이 발간되기 이르렀다.

그는 스스로 이 사전을 자신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지칭했다. 그리고 "앞으로 영어나 불어 등의 역순사전이 자신의 방법론을 이용해 편찬이 돼 언어 학습자나 연구자들에 의해 유용하게 쓰이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200달러가 넘는 고가임에도 독일 현지에서 현재 100여 권이 넘게 사전 예약이 된 이 사전은,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해 10월에 개최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