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6.13 20:11
수정 : 2013.06.13 21:08
은행, 환율결정 시간대 집중 주문
시티그룹·도이체방크에 자료 요구
금융당국, 의혹제기에 조사 나서
하루 최대 4조7000억달러가 거래되는 영국 런던 외환시장의 환율이 지난 10년 동안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영국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난해 리보금리(영국 런던 은행간 거래 금리) 조작에 이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런던 외환시장의 대형 은행들이 환율이 정해지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주문을 내는 수법으로로 10년 동안 기준 환율인 WM/로이터 환율을 조작한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정부가 세계 외환시장의 ‘큰손’인 시티그룹과 도이치방크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WM/로이터 환율은 1994년 도입된 기준 환율로 세계 159개 통화를 대상으로 집계한다. 보통 한시간 단위로 집계되지만, 달러와 유로 등 주요 외환은 30분 단위로 발표된다. 외환 중개인들은 WM/로이터 환율이 정해지는 1분 사이에 매매 주문을 집중적으로 내는 수법으로 환율을 조작해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발표 시각 전 1분 동안 거래된 가격의 중앙값이 새로운 환율이 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중개인들은 고객과 소속 은행의 이익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상충된 이해관계 때문에 환율 조작에 나선다. 예컨대 의뢰인이 10억유로를 달러로 바꿔달라고 하면, 중개인은 은행이 보유한 유로를 비싼 값에 파는 동시에 의뢰인을 위해 달러를 싸게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유로-달러 환율이 갱신되는 30분 사이에 환율 조작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준 환율은 실제 거래된 가격을 집계해 결정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예측한 금리를 바탕으로 정하는 리보금리와 달리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개인이 예외적으로 엄청난 양의 주문을 낼 경우에만 기준 환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영국 금융감독청은 영국 은행들을 상대로 환율과 리보금리 외에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도 조작한 혐의을 잡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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