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8.01 20:24
수정 : 2013.08.01 23:20
로이터 “1년간 난민자격 획득”
모스크바 공항 떠나 시내 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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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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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의 사찰 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1일(현지시각) 러시아로 임시 망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한달여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머물던 스노든이 러시아 정부로부터 1년간의 난민 자격을 얻어 이날 오후 2시에 공항을 떠나 모스크바 시내의 은신처로 옮겼다고 그의 변호인 아나톨리 쿠체레나의 말을 따서 전했다. 스노든은 7월16일 러시아에 정식으로 망명 신청서를 냈었다.
그의 변호인은 “스노든의 안전을 위해 거처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스스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스노든의 도피를 돕고 있는 ‘위키리크스’도 트위터를 통해 스노든의 임시 망명 소식을 확인했다. 러시아 뉴스전문채널 <로시야24>는 변호인이 확보한 스노든의 임시 망명 허가증 복사본을 공개했다.
현지 언론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서 스노든이 러시아 이민국 산하 난민 센터에 수용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스노든의 임시 망명이 허용되면 원칙적으론 자유의 몸이 되지만, 안전 등의 이유로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난민 센터에 수용될 것이란 관측을 해왔다.
<비비시>(BBC)는 “러시아의 이번 조처로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 관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이미 스노든을 간첩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주러 미국대사관 소속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러시아 안에선 그를 체포할 권한이 없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외주컨설팅업체인 부즈앨런해밀턴의 직원이었던 스노든은 홍콩에서 미국 정부의 비밀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하고 난 뒤 6월23일 망명길에 올랐으나 경유지인 러시아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미국 정부는 그가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도록 여권을 말소했고, 초반에 그를 받아줄 듯했던 에콰도르 정부는 “에콰도르 영토로 오면 망명을 받아주겠다”며 발을 뺐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스노든을 반겼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 정부에 대한 폭로를 중단해야 러시아에서 머무를 수 있다”며 압박했다. 결국 스노든은 법적으로 러시아 영토가 아닌 공항 환승구역의 호텔에서 숙식하며 지내야 했다.
지금까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 남미 세 나라가 스노든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지만 그는 여권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허락 없이는 환승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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