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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동물권 운동단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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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과격행동에 실험용돼지 사육포기
과학자·의사 700명 동물실험 지지성명 ‘반격’
지난 23일 동물실험용 돼지를 사육하던 한 농장이 동물권 운동단체의 위협으로 돼지 사육을 포기하면서 영국내 동물권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동물의 권리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요 사회운동의 하나이자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돼왔다. 1963년 동물사냥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시작된 영국 동물권 운동은 1970년대부터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동물권 운동단체들은 지난 1999년 유럽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연구소인 영국의 ‘헌팅턴 생명과학’의 문을 닫게 했다. 2000년에는 유럽에서 화장품생산 업체들의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조처를 끌어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과학자들에게 폭발물을 소포로 보내는 등 과격한 행태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실험용 돼지 사육을 포기한 농장도 이들 단체들이 지난 6년 동안 벌인 과격한 행동에 두손을 든 경우이다. 동물권 단체들은 농장주의 가족 묘지에서 장모의 시신을 훔쳐가는 비윤리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최근 귀족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여우사냥을 폐지하는 한편으로, 동물실험과 관련된 사업에 의도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금지시키는 법을 제정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과는 선을 그어왔지만 이들의 과격행동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많은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농장의 돼지 사육 포기 발표 다음날인 24일엔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영국내 과학자와 의사 등 700여명이 동물실험 지지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동물실험은 작은 부분이지만 인류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동물실험 지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능한 한 실험대상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안적인 방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며 동물실험은 최대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과학자들의 지지성명 발표를 주도한 연구보호협회 사무총장인 사이번 패스팅 박사는 “700명이 넘는 영국 최고의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서명에 동참했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실험에 대한 지지가 강력하고 매우 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주장이 과학적이고 의학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그런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의 이번 성명 발표는 실험용 동물농장 폐쇄라는 ‘승리’에 들떠있던 동물권 운동단체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주었다. 동물실험 폐지를 위한 영국연합 사무총장인 아돌포 산솔리니는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노력했지만 결국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실험에 동물들을 사용하는 것을 여전히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과학자들의 성명 발표를 강하게 비난했다. 요크/글·사진 김보영 통신원 saek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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