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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0.07 19:57 수정 : 2013.10.07 21:35

‘가디언’ 러 FSB 감청계획 폭로
전화·인터넷 사용 광범위 감시

6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엔 지난달 그리스에서 채화된 올림픽 성화가 도착했다. 내년 2월 소치 겨울올림픽 이전까지 러시아 곳곳 6만5000㎞를 지나는 대장정을 펼칠 불꽃을 앞에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열린 마음과 우정으로 충만해 있다”며 소치올림픽을 완벽하게 치러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6일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소치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열린 마음과 우정을 신뢰하기는 힘들 듯하다.

<가디언>은 이날 안드레이 솔다토프·이리나 보로간 등 러시아의 탐사보도 전문기자들이 추적한 자료를 근거로, 소치올림픽 기간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전화·인터넷을 통한 모든 통신 내용을 감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러시아 기자들은 정부 물품 조달 문서와 러시아 통신회사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리고 연방보안국이 새로 설치된 통신선과 인터넷 회선을 통해 자유롭게 도감청할 수 있으며, 전자우편·인터넷채팅·소셜미디어 등에서 오간 특정 단어·문장도 추적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 주변의 리조트엔 통신·인터넷 회선 정비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로써 ‘소름’(SORM)이라는 러시아 당국의 통신감청장치를 이용해 광범위하고 정교한 감시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솔다토프 기자는 “예컨대 ‘나발니’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어떤 곳에서 누가 나발니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다.

러시아 감시장치 분석 작업에 참여한 론 디버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소름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프리즘’이라고 표현했다. 프리즘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외주 업체 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정부의 감시프로그램이다. 디버트 교수는 “러시아에선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때 반드시 소름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름이 프리즘보다 더 강화된 감시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 국무부 외교안보국은 소치올림픽에 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례적인 주의사항 목록을 밝혔다. 여기엔 휴대전화를 쓰지 않을 때는 반드시 배터리를 전화기와 분리해 놓으라는 등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탓에 정보기관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빼낼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가디언>은 러시아 당국이 소름 시스템을 이용해 동성애 옹호 집회 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선수들이 동성애자임을 의미하는 무지개색 배지를 착용해도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에 항의하는 집회 등은 해산될 가능성이 높다. 통신 도감청을 이용한다면 동성애 이슈를 언급하는 이들을 골라내 집회를 미리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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