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0 18:54
수정 : 2005.09.2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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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자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다음달 2일 투표를 하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19일 선거운동원들이 앙겔라 메르켈 기민-기사 연합 총리후보 사진 밑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드레스덴/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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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민 양보없는 주도권 싸움…대연정 결렬 위기
가디언 “슈뢰더 내년 1월 재선거 시도 가능성 커져”
슈뢰더 “메르켈 총리후보 사퇴하면 총리직 포기”
총선 이후 독일 정국이 짙은 안갯속에 빠져 있는 가운데 집권 사민당(SPD)과 야당인 기민당(CDU)의 대연정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일 “안정적인 새 정부 구성을 위해 어떤 전제 조건도 없이 다른 정당과 연정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주도하는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던 이전의 강경 자세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사민당의 한 관계자도 사민당과 기민당 지도부가 연정 협상을 위해 오는 22일 회동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으며, 슈뢰더 총리는 이번주 만남은 “예비적인 회담”이라고 말했다. 기민당 관계자도 이번주 양당이 만난다고 확인했으나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여러 정치인들은 중도우파인 기민-기사 연합과 중도좌파인 집권 사민당의 대연정이 안정적 정부 구성을 위한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고 거론해 왔으나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 모두 서로 총리직을 향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태도여서 아직은 변수가 많이 남아있다. <아에프페 통신>은 20일 독일 일간 <빌트>를 인용해 “슈뢰더 총리가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총리 후보에서 물러나면, 자신도 총리직을 포기하고 좌우 대연정 협상에 응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치평론가인 번드 베커도 “(대연정을 위해) 둘 다 (총리 후보를) 사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20일까지도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 20일 실시된 기민-기사당 연합 내부의 메르켈 당수에 대한 재신임 투표에서 당원들은 98.6%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메르켈을 총리 후보로 재선출했다. 18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이란 기대와 달리 박빙 우세승을 거둔 기민-기사 연합 내부에서 지도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메르켈 당수는 재신임 투표를 받아들였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유럽 최대 경제규모를 지닌 독일의 정치적 혼란이 길어질 경우 유럽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독일 정당들에 조속히 해결책을 찾기를 촉구하고 있다.
독일 각 정당들은 현재 다양한 연정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기민-기사연합·자민·녹색당의 연정(자메이카 국기의 흑·황·녹색이 각 진영의 상징색이어서 ‘자메이카 연정’으로 부름)과 사민·녹색·자민당 연정(‘신호등 연정’)도 모두 전망이 어둡다. 원자력 이용, 세금 감면, 사회 정책, 터키의 유엔 가입 등 여러 정책에서 보수진영과 녹색당의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요슈카 피셔 녹색당 지도자는 “이 조합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민당 탈당파와 옛 공산당 출신들로 구성된 좌파연합의 향방이 결정적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이들은 기민-기사연합은 물론 사민당과도 선을 긋고 있다.
주제 마누엘 바로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역동적인 독일 없이는, 유럽연합의 (경제)회복도 기대할 수 없다”며 독일 지도자들에게 되도록 빨리 정치적 안정을 되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럽의회 내 사회당 그룹 지도자인 포울 뉘루프 라스무센도 “유럽 최대 국가의 불안정한 정부는 누구에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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