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9.18 20:34
수정 : 2014.09.18 22:50
2608곳서 분리독립 찬반투표
19일 오후 결과 발표 예정
전날 밤늦게까지도 찬반 ‘팽팽’
독립 결정땐 18개월간 협상 돌입
2016년 3월 공식 독립선언 계획
어떤 결과 나와도 변화 ‘불가피’
불붙은 분리독립활동 계속되면서
‘영연방’ 위상 하락 전망 커져
18일 아침 7시(현지시각) 스코틀랜드 전역의 투표소 2608곳에서 역사적인 투표가 시작됐다. 307년간 함께해온 영연방이 계속 존재할지를 결정할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날이 밝았다.
에든버러 중심부 리스워크 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 유권자들은 ‘스코틀랜드가 독립국가가 돼야 하는가’란 단 하나의 질문이 적힌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찬성 또는 반대를 선택해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정원사 데이비드(47)는 “독립 반대에 표를 던졌지만 근소한 차이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내일 아침에 어떤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19일 아침(한국시각 19일 오후) 발표될 결과에 대해 흥분과 초조함도 숨기지 않았다. 투표를 하고 출근길에 나선 회계사 에번 매클린(45)은 “평소보다 20분 정도 일찍 일어나 투표하러 왔다. 독립 반대 투표를 했는데 결과는 알 수 없어 더욱 초조하다”고 말했다. 커피잔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조니(24)는 “독립 찬성을 찍었는데 하루 종일 투표에 온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흥분된 마음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느라 뜬눈으로 지새울 것 같다”고 말했다. 간호사로 일하다 은퇴한 로지 올리버(63)는 “(영국 보수당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해 독립에 찬성한다”며 “투표한 뒤 친구들과 함께 기념하려고 스코틀랜드 국기를 샀다”고 말했다.
에든버러의 투표소마다 찬반 양 진영에서 나온 운동원들이 서 있었다. 찬성 쪽은 손가락에 ‘예스’ 스티커를 붙이고 흔들며 “스코틀랜드의 미래를 우리 손에”란 문구를 내걸었다. 다른 쪽은 “위험을 사서 하지 말자”며 투표소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썼다. 운동원인 폴은 “오늘은 우리 역사에 너무 중요한 날이다. 투표소가 열리기 전에 도착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표는 이날 밤 10시까지 진행됐다. 찬반 진영의 치열한 대결 속에 유권자 441만288명 중 무려 97%에 해당하는 428만523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기 때문에 사상 최고의 투표율이 예상된다.
선거운동은 막바지까지 뜨거웠다. 투표 전날인 17일 저녁 에든버러 중심가의 메도스공원에는 독립 찬성 지지자 500여명이 모여들었다. 같은 시각 얼마 떨어지지 않은 페스티벌극장은 반대 지지자들로 가득했다. 양쪽 모두 스코틀랜드 국기와 전통 문양 깃발을 흔들었다. 다만 함께 흔들리는 깃발이 달랐다.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극장 안에서 열린 반대 행사에는 영연방의 국기인 ‘유니언 잭’이 나부꼈다. 반면 야외공원에서 한바탕 축제처럼 열기 속에 진행된 찬성 지지 행사에는 캐나다 퀘벡, 스페인 카탈루냐 깃발 등 전세계 분리독립 지역의 깃발과 다양한 국기들이 펄럭였다.
찬성 행사에 참여한 앨린 스미스(41) 유럽의회 의원은 “독립국가로서 자신의 뜻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반대 쪽을 대표해 극장 무대에 선 코미디언 로리 브렘너는 “이번 투표를 계기로 스코틀랜드 국회에 새 권한이 많이 주어졌다. 이제 통화를 바꾸고 유럽연합(EU)에서 쫓겨나는 등의 불행을 막기 위해 18%에 이르는 부동층에 마지막까지 투표와 지지를 호소할 때다”라고 말했다.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이 결정되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와 영국 정부는 18개월 동안 ‘이혼 협상’에 돌입한다. 양쪽은 최대 이슈인 북해유전 소유권 이전과 파운드화 사용 문제부터 조세, 국방, 유럽연합 회원국 지위, 외교, 국가연금, 분리독립 시 스코틀랜드가 영국에 갚아야 하는 부채 230억파운드 등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2016년 3월 독립을 공식 선언한다는 것이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계획이다. 분리독립이 부결될 경우, 영국 정부는 19일 스코틀랜드에 좀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국방·외교를 제외한 스코틀랜드의 조세권, 정치적 자치권 등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번 투표는 큰 변화와 여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불붙은 분리독립 활동은 부결 뒤에도 계속될 것이고, 영연방의 위상은 조금씩 흔들릴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부동산업자 앤드루(64)는 “어릴 때부터 늘 독립을 꿈꿔왔다. 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이미 한 단계 나아간 것이고, 향후에도 독립 활동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컨설턴트인 마틴 라우프(27)는 “영국과 한 나라로 묶여 있었기에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수출도 가능했다”며 “(찬성 진영은) 변화가 가져올 결과도 고려하지 않고 활동하고 있고, 선거 뒤에도 그 여파는 남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에든버러/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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