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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헌법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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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부, 헌법안 비준작업 잠시 중단 ‘부결 도미노’ 막고 경제성장 힘쏟기로 ‘사회보장↔경쟁력’ 시각차 극복도 과제
유럽인들이 ‘유럽 합중국’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당분간 유럽연합 헌법안 비준 작업을 중단하고, 경제 성장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헌법안이 잇따라 부결된 이후 유럽연합의 앞날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어, 회원국들의 분위기를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제 마누엘 바로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남부의 한 성에서 집행위원 24명 전원과 유럽의 미래를 주제로 논의한 뒤,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적어도 2~3년 안에는 유럽연합이 헌법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바로주 위원장은 “집행위는 헌법안 조문들을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유럽 경제가 더욱 경쟁력을 갖도록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것(헌법 비준 노력 일시 중단)이 유럽연합을 마비시켜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당장 헌법이 마련되지 않아도, 현재의 유럽연합과 유로화 체제는 2000년 승인된 니스조약 등에 따라 기능에 문제가 없다. 지난 6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25개 회원국 정상들은 2006년 11월로 예정됐던 헌법안 비준 최종시한을 2007년 중순 이후로 연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회원국 내에서 헌법 내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헌법 비준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던 덴마크, 포르투갈, 스웨덴, 체코 등은 비준 절차를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통합 주도국인 프랑스에서 5월 헌법 비준이 부결되자 진작부터 헌법이 예정대로 2007년 발효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 회원국이라도 헌법을 비준하지 않으면 헌법이 발효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연합 집행위의 ‘헌법 통과 노력 일시 중단’ 결정은 여론 전환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바로주 위원장은 “솔직히 말해 (회원국 사이에) 충분한 심사숙고 과정이 없었다”며 “일자리 창출, 안보 강화, 환경 보호 등으로 유럽연합의 필요성을 회원국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2005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일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바로주 위원장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규제 완화, 연구개발 분야 투자 증대 등을 강조했다고 경제전문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바로주 위원장은 동시에 ‘유럽연합의 친기업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악화된다’는 좌파의 목소리도 간과하지 않았다. 바로주 위원장은 “유럽연합 정부는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영국의 목소리와 사회 안전망 구축을 더 강조하는 프랑스 목소리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유럽 전통의 사회보장 서비스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전세계적 경쟁에 맞설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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