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8 15:41
수정 : 2014.10.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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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펠르랭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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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바빠서 못읽어”
‘비겁한 변명’ 질책 쏟아져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41·한국이름 김종숙·사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방송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패트릭 모디아노와 멋진 식사는 함께했지만, 모디아노의 책은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고 말해 입길에 올랐다.
펠르랭 장관은 지난 26일 프랑스 민영 방송 <카날 플러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디아노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장관에 취임한 이래) 지난 2년 동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는 고백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점도 느끼지 않는다”며 “나는 많은 메모와 입법자료, 뉴스 등을 읽지만, 사실 (책은) 거의 읽지 못한다”고 답했다. 책을 읽지 못했지만, 일하느라 바빠서였다는 핑계를 댄 것이다.
하지만 ‘비겁한 변명’이라는 질책이 쏟아졌다. 당장 방송 인터뷰에서 곧바로 “문화부 장관에게 독서는 중요한 일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펠르랭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이어 27일엔 비평가인 클로드 아스콜로비치가 <허핑턴 포스트> 프랑스판에 “책을 거의 읽지 않는 문화부 장관이라면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실었다. 그러나 트위터 등에선 “만약 펠르랭이 책을 읽으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으면, 장관이 일도 안 한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라며 펠르랭을 편드는 견해도 여럿 눈에 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펠르랭은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 초대 중소기업·디지털경제장관과 통상장관을 거쳐 올 8월 문화부 장관에 올랐다. 비슷한 연배의 여성 각료인 오렐리 필리페티 전 문화부 장관과 라이벌로 꼽혔던 펠르랭은 지난 5월 칸 영화제 때 레드카펫 대신 후문으로 입장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 펠르랭이 석달여 뒤 필리페티로부터 문화부 장관 직을 넘겨받자 세간에선 ‘마침내 복수에 성공했군’ 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펠르랭은 문화부 장관 지명 직후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과 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의 <카사노바 인 볼자노>를 꼽았으나, 모디아노는 거론하지 않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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