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13 20:27
수정 : 2015.01.13 22:55
“나를 샤를리다” 펼침막 들어
화해·포용의 메시지도 담아
“극단주의자들에 양보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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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프랑스 시사 주간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사진)의 표지 모델로 다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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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를리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가 프랑스 시사 주간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의 표지 모델로 다시 등장했다. 지난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편집장 등 12명이 숨진 사건을 겪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이후 처음으로 14일 발간되는 잡지의 맨 앞 표지에 무함마드 풍자 만화를 실었다. 흰 터번을 쓴 무함마드가 잔뜩 울상인 표정으로 “나는 샤를리다”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무함마드의 머리 위에는 “모든 게 용서됐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날카롭고 세련된 풍자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화해와 포용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테러에서 살아남은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진과 기자들은 일간 <리베라시옹>이 자사의 사옥 안에 마련해준 임시 공간에서 이번 ‘생존자 특별호’를 만들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무함마드 풍자에 대한 복수”라고 테러의 이유를 밝힌 데 굴하지 않고, 무함마드 만평을 다시 표지에 실은 것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통상 한 주에 6만부를 찍었지만, 이번 호는 16개 언어로 300만부나 발행했다. 발행면은 평소의 절반인 8쪽으로 줄었다. 이 잡지의 자문 변호사인 리샤르 말카는 <프랑스 인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와 종교를 우습게 풍자하는 게 우리의 정신”이라며 “침묵을 강요하는 극단주의자들에게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2년간 주간지를 내면서 교황, 예수, 기독교 성직자, 랍비, 이맘, 무함마드까지 캐리커처로 다루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최신호에 무함마드 만평이 안나오면 그게 놀라운 일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구 언론들은 이 표지 사진의 게재를 두고 또한번 편집 방침이 갈렸다. 유럽에선 <리베라시옹> <르몽드>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가디언> 등이 온라인에 표지 사진을 실었고, <비비시>(BBC) 방송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화면에 표지를 보여줬다. 미국에선 <유에스에이 투데이>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표지 사진을 실었지만 <뉴욕 타임스>는 게재하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관련 기사의 맨 앞에 “주의: 이 기사에는 일부 사람들이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잡지 표지 사진이 포함돼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슬람이 교리로 금지하고 있는 무함마드 만평을 언론에 싣는 게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를 새삼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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