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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04 14:08 수정 : 2015.03.04 14:58

노르웨이, 인근 네덜란드에 범죄자 수감 협약 맺었지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며 네덜란드 복역수들 소송
“면회 접근성 제약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 주장도

▶노르웨이 교도소 사진 보기

호화 감옥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수감자들이 2일(현지시각)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네덜란드 정부가 외국 범죄자들을 자국의 교도소에 돈을 받고 수감해주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프레트 테이번 네덜란드 법무차관과 안데르스 아눈센 노르웨이 법무장관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노르웨이의 범죄자들을 네덜란드의 수감시설에 수용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노르웨이로선 교도소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른 까닭에 기결수들이 입감을 대기해야 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자 적어도 17명의 네덜란드 장기 복역수들이 정부를 상대로 협약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소송을 낸 것이다.

두 나라 의회에서 협약이 비준되면 오는 9월부터 노르웨이의 범죄자 242명이 네덜란드의 감옥에서 느긋한 수형생활을 누리게 된다. 네덜란드의 교도소는 감옥 치고는 상당히 쾌적하고 호화스럽기까지 하다. 네덜란드 교도소에선 10년형 이상 장기 복역수의 경우 직접 텃밭에서 채소와 닭을 기르고, 자신만의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다. 감방 창문 밖으론 수려한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며 운동 시간도 충분히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개인 감방에는 55개 채널이 나오는 컬러 텔레비전이 갖춰져 있고, 감방 벽의 페인트 색깔을 직접 선택할 수도 있다.

법무부가 공개한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4인실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이번 협약의 핵심 수혜자가 네덜란드 정부와 노르웨이의 범죄자들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 법무부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2500만유로 규모의 이번 계약으로 약 240명의 교도소 관리들의 임금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향후 5년새 700여개의 감방이 빌 것으로 예측된다. 네덜란드는 이미 2010년 초부터 벨기에의 기결수 550명을 대리 수감하고 있다.

외국의 기결수들이 네덜란드 감옥으로 들어올 경우, 네덜란드의 기존 장기 복역수들은 ‘고참’의 특권을 잃고, 다른 교도소의 ‘신참’으로 이감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유휴 수감시설을 수익사업으로 활용하는 셈이지만, 자국 재소자들에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크레머스 변호사는 “네덜란드의 장기 복역수들은 다른 감옥으로 이감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르웨이 기결수의 가족이나 지인들은 수감자를 면회하기 위해 수백㎞나 떨어진 네덜란드까지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해야 한다. 한네 함순 노르웨이 수감자가족협회 대표는 “범죄자 수용 협약은 가족들이 재소자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근성을 제약하며 여러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당국은 수도 오슬로에서 북부 노르웨이까지의 거리가 네덜란드보다 더 멀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 대해 함순은 “노르웨이의 모든 국민이 오슬로에 살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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