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압력 가중…메르켈 주도 연정 여론 우세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집권 연정 및 보수 야당이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총선이 끝난 지 2주일 만인 3일 `안정적 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해 자신이 사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슈뢰더 총리는 야당인 기민(CDU)-기사(CSU)연합과 집권 사민당(SPD)이 대연정을 구성해 안정된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 관한 결정은 전적으로 사민당 지도부의 의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민영 RTL TV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대연정 구성시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와 자신 중 누가 총리가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는 나의 권리가 아니며 개인적인 일도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결정도 받아들일 것이다. 내가 시동을 건 개혁이 계속되고 안정적인 정부가 출범토록 하는 발전의 도상에 내가 걸림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독일 통일 15주년 기념일인 3일 제기된 슈뢰더 총리의 사임 가능성 시사 발언은 총선 이후 정국 혼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슈뢰더 총리가 용퇴해야 한다는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슈뢰더 총리는 지난 달 18일 실시된 총선 결과가 나온 이후 총리직을 유지할 의사를 거듭 밝혀왔으나 기민-기사 연합과의 대연정을 위해서는 슈뢰더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당내외의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전날 실시된 드레스덴 선거에서 기민련 후보가 지역구에서 당선돼 기민-기사 연합이 1석을 추가함에 따라 메르켈 기민련 당수 주도로 연정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들은 슈뢰더 총리가 사임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민당 내에서 슈뢰더 총리를 대신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갖춘 인물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실제 퇴진 여부를 점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기민련 당수는 총선 이후 대연정 협상을 진행 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는 지난 달 22일과 28일 두 차례 회동해 연정 구성 방안을 논의했으나 누가 총리직을 맡을 지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두번 째 회동에서 양측은 정책 측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율이 가능했으나 누가 차기 정부를 이끌지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하고 추후 협상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약속했다. 양측은 오는 5일 다시 만나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