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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0 20:13 수정 : 2015.05.10 20:13

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서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RS-24 야르’를 탑재한 이동식 발사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정예군인 1만6천명 행진 퍼레이드
ICBM 뒤따르고 최신예 전차도 선봬
양국 정상, 경제·군사협력 강화 합의
연합국은 ‘러, 우크라 개입’ 항의 불참

푸틴에 의한, 푸틴을 위한, 푸틴의 행사였다.

러시아가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성대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행사를 열었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로 꾸며진 이번 기념식은 연합국의 주축인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 항의해 대거 불참한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밀한 모습을 보이며 중-러 우호를 과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일부 참전국과 옛소련권 국가들, 그리고 승전과는 관계가 없는 이집트, 쿠바, 몽골, 짐바브웨 등 27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참관석 중앙에 있는 자신의 바로 오른쪽 옆에 시진핑 주석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최고의 예우로 영접하고 서로 머리를 기울인 채 대화를 나누며 중-러 밀월을 과시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열병식이 끝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만나 승전행사를 높이 평가하고 “전 세계에 러시아가 평화를 수호하려는 강건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8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열어, 경제 및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행사는 러시아의 군사력을 한껏 과시하는 마당이기도 했다. 군사 퍼레이드에는 1만6000여명의 정예 군인들이 행진했고, 수십대의 탱크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최신무기들이 뒤를 따랐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러시아가 40년만에 새로 개발한 최신예 전차 ‘아르마타 T-34’가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부모와 조부모들은 견디기 힘든 고통과 손실을 감수하며 ‘위대한 애국전쟁’을 장엄한 승리로 이끌었다”고 치하하고 “영국, 프랑스, 미국의 승전 기여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준국영방송 <아르티>(RT) 뉴스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수십년 동안 국제협력 원칙이 무시되고 군사동맹 의식이 커지고 있으며, 단극적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를 목격하고 있다”는 뼈있는 지적도 덧붙였다.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50만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친족들의 사진을 손에 들고 나왔다. 푸틴 대통령도 행사를 생중계한 텔레비전 방송 카메라 앞에서 “지금 내 아버지가 나와 함께 있어 행복하다. 내 손에 아버지의 사진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1941년 6월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자 2차 대전에 참전한 소련에서는 전쟁 기간 동안 무려 2700만명이 희생됐다.

한편, 러시아와 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키예프에서 따로 연 기념행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희생양 삼아 승전의 공로를 독차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도 소비에트연방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8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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