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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당수 ‘좌―우 연합’ 지도자로 사민당은 14개 부처 장관직중 8개 실리 대연정 협상 급물살 …정책방향 조율 관심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SPD)이 기민당(CDU)에 차기 총리 자리를 내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첫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됐다.사민당의 슈뢰더 총리와 프란츠 뮌테페링 당수, 메르켈 기민당 당수와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당수는 6일과 9일 두차례 회동에서 총리직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했으며, 10일 오전 다시 만나 최종 합의를 도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8일 총선에서 뚜렷한 승자를 내지 못해 연립정부 구성을 하지 못했던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1966~69년에 이어 독일 역사상 두번째 대연정을 구성하게 됐다.
또 여야 수뇌부가 총리 및 각료직 배분에 합의함으로써 정책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연정협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새 정부 출범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연정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루한 줄다리기=지난달 18일 총선 이후 3주 동안 양쪽은 대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벌여 왔으나, 총리직을 놓고 물러서지 않아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나 선거가 미뤄졌던 동부 드레스덴에서 2일 기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분위기는 기민·기사 연합 쪽으로 기울었다. 여론도 메르켈 총리로 기울어 사민당은 결국 10일 총리직을 메르켈 당수에게 양보하는 대신 외무·재무 등 14개 부처 가운데 8개 부처 장관직을 차지하는 실리를 챙겼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총리와 하원 의장직을 차지했으나 사민당보다 적은 6개의 각료직에 만족해야 했다.
독일 국민들에게 좌우 합작 정부는 생소한 존재가 아니다. 연방정부 차원의 좌우 연합은 40년 만에 실현됐지만, 주정부 차원에서는 현재 16개 주 가운데 슐레스비히홀슈타인·작센·브레멘·브란덴부르크 등 4개 주에서 대연정이 꾸려져 작동하고 있다.
독일 정책 방향은?=복지를 중요시하는 좌파와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우파가 하나의 정책을 추진하는 게 가능할까?
‘의제 2010’을 보면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정책은 2003년 사민당이 마련하고 기민-기사 연합이 적극 지지해 추진되고 있다. 복지를 줄여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대전제 아래, 실업급여 삭감, 해고규제 완화, 기업체 세금 감면 등을 담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연정협상에 들어가면서 ‘의제 2010’을 통한 개혁을 강조했고 메르켈 새 총리가 이 노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슈뢰더로서는 자신의 개혁 구상이 계속된다는 명분을 챙겼다.
기민-기사 연합은 선거 당시 △기업의 실업보험료 부담을 4.5%로 인하 △부가가치세율을 18%로 상향조정 △소득세 최고세율을 39%까지 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의 역배분이란 지적을 받은 이 공약들은 선거에서 40%를 넘던 기민당 지지율이 35%로 떨어진 원인이었다. 사민당도 부가가치세율 인상이나 소득세 인하를 반대하고 있어, 세부적인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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