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 상원, 안락사 허용법안 심의 |
영국 상원이 10일부터 치명적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자발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의 심의에 착수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영국 성공회 등 종교단체들은 상원의 법안 심의가 시작된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신의 섭리에 반하는 법안"이라며 결사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법안을 제출한 조페 경은 "치명적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가 요구하면 의사가 생을 고통 없이 끝낼 수 있는 약을 처방해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며 "많은 환자와 가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안은 합법적인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성인이 치명적 질병으로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본인의 요구에 의해 의사로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도록 의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적고 있다.
조페 경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삶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최선의 판단은 본인만이 내릴 수 있다"며 "국민의 70~80%가 자발적 안락사 허용법에 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공회와 가톨릭 지도자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성공회의 최고 지도자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생명은 신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에 인간이 마치 주인인 것처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가톨릭 교회의 머피 오코너 추기경도 "죽을 권리가 잘못되면 죽어야할 의무로 변질될 수 있다"며 "동정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 보호를 위한 법률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안락사 허용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락사 허용에 오랫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던 영국 의학협회는 지난 7월 열린 연차총회에서 표결을 실시한 끝에 안락사에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 (런던=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