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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1 20:20 수정 : 2015.08.21 22:12

구제금융 협상 반발 커지자 승부수
시리자 연정 집권 7개월만에 붕괴
제1당 가능성 높지만 과반 턱없어
강경파 25명 탈당 분열 가시화
EU 등 채권자들 일제히 “환영”

“지난 1월25일(총선)에 우리가 위임받은 권한은 종료됐습니다. 저는 대통령에게 저와 제 내각의 사임장을 제출하겠습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41) 그리스 총리가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치프라스 총리는 20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전격 사임을 발표하고 곧 조기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3차 구제금융 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한 논란을 의식하며, 집권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그리스 정치권이 다시 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치프라스 정부가 최근 국제채권단과 (굴욕적인) 3차 구제금융에 합의한 이후 집권당인 시리자 내부에서 반발이 커지자, 치프라스 총리가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조기총선을 추진한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정부 관리들은 이르면 9월20일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리자 연정은 집권 7개월 만에 수명을 다하며 다시 한번 정치적 심판대에 올랐다. 치프라스의 결정은 구제금융 정국을 이끌어갈 정치적 도박으로 풀이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독일이 앞장선 국제채권단이 그리스의 급진좌파 정부에 크게 한방을 먹인 셈이기도 하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구하면서 깊은 도덕적·정치적 책임감을 느낀다”며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현 정부가 (긴축 반대를 선택한) 국민의 용기를 대변했는지, 구제금융 합의가 우리가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기에 충분한지 여부를 여러분의 투표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우리는 지난 1월 총선 이전에 기대했던 채권단과의 (부채 감축)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고백도 했다.

국제채권단은 기다렸다는 듯 치프라스의 발표를 환영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마르틴 젤마이어 대변인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그리스의 신속한 총선은 유럽재정안정화기구의 그리스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를 넓히는 길이 될 수 있다”고 반겼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더 노골적으로 그리스 정치권을 압박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에 “그리스가 유로존 채권국에 대한 (구제금융 조건) 책무를 계속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기총선으로 구성될 새 의회가 구제금융과 개혁 프로그램에 더 많은 지지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시리자는 조기총선에서도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치프라스의 어정쩡한 태도에 반발한 당내 강경파 의원 25명이 21일 탈당하면서 시리자는 일단 쪼개졌다.

지난달 24일 여론조사에서 시리자는 지지율 33.6%로 단연 선두였지만, 단독정부를 구성할 의석 과반수를 얻기엔 한참 모자란다. 게다가 시리자 내 급진파인 파나요티스 라파자니스 전 에너지장관은 탈당 의원들과 함께 ‘인민연합’을 창당한 뒤 총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은 인민연합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극한의 내핍으로 고통받아온 그리스 국민은 정치적 난항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도 한동안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게 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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