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09 20:18
수정 : 2015.09.09 21:37
국제사회 비난 빗발…즉시 해고
소속방송사, 극우정당 밀접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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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난민의 발 걸어 넘어뜨리는 헝가리 촬영기자의 모습. 뢰스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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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경찰에 쫓겨 달아나는 난민을 발로 차거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 등에 퍼지면서 국제사회의 분노를 불렀다. 이 기자는 해고됐다.
8일 헝가리의 <넴제티 티브이>(N1TV)의 카메라 기자인 라슬로 페트러는 세르비아 접경지역 뢰스케에 있는 임시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난민들을 방송용 카메라로 찍던 중 앞쪽에서 아이를 안은 채 뛰어오는 난민 남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아이와 함께 쓰러진 남성이 돌아보며 항의하자 그 모습도 계속 촬영했다. 라슬로가 난민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를 발로 걷어차는 장면도 헝가리의 주요 뉴스 웹사이트를 통해 전파됐다. 이곳의 난민들은 대부분 시리아 출신이었다.
마침 현장에 있던 독일 기자가 라슬로의 행동을 찍어 20초 분량의 동영상으로 트위터에 올리자, 그의 행동을 베를린 장벽에 비유해 ‘라슬로 페트러 수치의 벽’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이 생겨나는 등 비난 목소리가 빗발쳤다. 파문이 확산하자 <넴제티 티브이>는 “우리의 한 직원이 뢰스케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으며, 그와의 계약은 오늘자로 종료됐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헝가리 우파 정부는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 등 서유럽으로 가려고 헝가리로 몰려드는 것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동에서 오는 무슬림 난민들이 유럽의 기독교 가치를 파괴한다면서 난민 수용도 거부하고 있다. <넴제티 티브이> 역시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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