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23 19:57
수정 : 2015.09.23 21:08
‘마셜 웨이스’ 창업자 마셜, FT 기고
‘국민을 위한 양적완화’ 필요 주장
노동당 일부도 반대속 미묘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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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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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헤지펀드의 대부가 ‘급진 좌파’로 불리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신임 대표의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노동당 내에서도 ‘너무 좌파적’이라는 우려가 있는 코빈의 재정정책에 대해 금융계 거물이 변호에 나선 셈이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자산 관리 규모 220억달러로 영국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인 ‘마샬 워스’의 공동창업자인 폴 마샬은 23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도로와 주택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코빈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했다. 코빈과 그의 예비내각 재무장관인 존 맥도널은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이 재무부에서 직접 국채를 매입하고, 정부는 이 돈으로 주택과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는데 쓰자는 ‘국민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주장한다.
영국 최대 고용주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이나 노동당 일부에서는 이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노동당의 전임 예비내각 수장인 크리스 레슬리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 아무런 부작용 없이 마법처럼 적자를 줄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마샬은 ‘중앙은행들은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고에서 국민 대중을 위한 양적완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영국 당국이 양적완화로 약 3750억파운드의 돈을 공급해 “은행들은 최대의 수혜자가 됐고, 자산 관리자와 헤지펀드도 수혜를 보고, 재산 소유자들도 강도들처럼 돈을 벌었다”며 “자산을 가진 모든 이가 더 부자가 됐고, 금융계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가 양적완화에 빚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좌파들이 이 정책에 분노하고, 은행가와 부자들에 직접적 수혜를 주지 않는 다른 형태의 양적완화를 찾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며 코빈의 양적완화 정책에 이해를 표했다. 마샬은 “은행으로부터 국채를 사서 돈을 공급해주는 대신 중앙은행이 모든 사람의 은행계좌에 돈을 예치해주는 식으로 공평하게 분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코빈이 주장한 사회 인프라를 위한 양적완화가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도 했다. 지금은 추가 양적완화가 불필요하고 돈을 대규모로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마샬이 코빈의 ‘국민을 위한 양적완화’가 적절히 활용되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 것이라며, 마샬의 이번 기고는 코빈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반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정작 코빈은 마샬의 언급에 대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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