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1.15 19:55
수정 : 2015.11.1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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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IS와의 전쟁’
파리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라크와 시리아 현지에서 영역 구축에 주력하던 이슬람국가가 외부를 향한 테러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슬람국가 봉쇄에 초점을 맞추던 국제사회는 전면전을 압박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슬람국가는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현지에서 영역 구축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이후 이슬람국가는 외부를 향한 테러 공격으로 초점을 맞추는 전략전술의 변화를 뚜렷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라크·시리아 전황 수세 타개책
‘난민 문제’ 유럽 내홍 깊어질 듯
관련국 공조 합의까진 갈길 멀어
이슬람국가는 지난 6월 튀니지 휴양지 수스에서 총기난사 테러를 시작으로 외부로 향한 테러 공격의 조짐을 보였다. 이는 10월 들어 분명해졌다. 10월10일 102명이 숨진 터키 앙카라역 자살폭탄 테러, 같은 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의 러시아 여객기 추락 테러, 11월12일 43명이 숨진 레바논 베이루트 시아파 헤즈볼라 거점 연쇄 폭탄 테러 등 전방위적인 테러 공격 양상을 뚜렷이 보였다. 이번 파리 테러는 그런 변화를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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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13일 일어난 최악의 연쇄 테러 사건 희생자를 애도하는 물결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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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지 전황의 변화에 따른 대응이다. 연합국의 강화되는 공습, 러시아 등 새로운 세력의 참전, 지상전에서 쿠르드족의 공세 등으로 전황이 교착 국면에서 이슬람국가의 수세 쪽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9월말부터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샤를 드골 항공모함을 걸프만에 파견해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었다.
특히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에서 이슬람국가를 밀어내고 영역을 확고히 굳히는 상황은 이슬람국가 선포 이래 최대 위기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이슬람국가의 최대 숨통이던 1600㎞에 이르는 터키-시리아 국경을 봉쇄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터키-시리아 국경 지대는 해외에서 이슬람국가로 향하는 지지자들의 통로이자, 이슬람국가의 석유 밀매 보급로였다.
10월 이후 이슬람국가의 테러 공격은 이런 전황 변화를 촉발한 세력을 향한 것이었다. 연합국의 대이슬람국가 공습에 동참한 터키,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러시아,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파인 이슬람국가에 맞서는 외부 시아파 세력인 헤즈볼라, 그리고 연합국의 핵심국 중 하나인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테러 공격했다.
이는 자신들을 옥죄는 반이슬람국가 세력을 내부에서 때려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전략전술이다. 당장 난민 대열에 합류해 잠입한 용의자들이 저지른 파리 테러는 난민 위기에 대한 유럽 각국의 내홍을 더욱 깊게 할 것이 확실하다. 프랑스의 국민전선 등 극우민족주의 세력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이는 유럽의 무슬림들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따르면, 이슬람국가는 터키-시리아 국경이 폐쇄되자 온라인을 통해 해외 추종자들에게 시리아행이라는 위험스런 여행보다는 현지에 머물며 공격을 계획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러시아 여객기 테러와 파리 테러로 이슬람국가는 테러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파리 테러가 시리아·이라크 현지와 프랑스 등 해외와 연결된 기획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해외 테러 네트워크의 잠재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파리 테러 며칠 전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우리는 그들을 봉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이슬람국가 봉쇄 전략은 실패로 드러났다.
당장 미국과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이슬람국가가 전략전술을 바꿔 그 위협이 중동을 넘어 전세계로 현실화됐다며, 미국 등의 대응전략 전환을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앞다퉈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공조 강화가 합의되기에는 첩첩산중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 존속 여부, 이슬람국가가 장악한 수니파 아랍계 주민들의 정치적 지위 문제 등에 대한 정치적 해결 없이는 관련국들의 역량을 이슬람국가 패퇴로 모으기는 힘들다.
여론의 압력에 밀린 어설픈 군사대응 강화는 이슬람국가가 노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이슬람국가와 수니파 아랍계 주민들과의 결속을 굳히는 한편으로, 그들과 추종 세력들의 해외 테러를 더욱 자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다시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버금가는 절박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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