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17 18:35
수정 : 2005.10.17 18:35
벨로루시, 아프간·체첸 피난민 2만여명 고멜 지역 보내기로
옛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이었던 벨로루시가 아프가니스탄, 체첸 등에서 내전과 가난을 피해 온 난민들을 체르노빌 방사능 오염지로 대거 이주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14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민스크, 브레스트 등 대도시 지역에 있는 난민들을 곧 내쫓을 계획이며, 난민들의 새 집은 가장 가난한 벨로루시인들마저 꺼리는 고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벨로루시 정부는 이곳에 2만2천명의 난민들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고멜은 1986년 엄청난 양의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난 체르노빌에서 북쪽으로 130㎞ 떨어진 지역으로, 방사능에 심하게 오염된 곳 중 하나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새 이민정책으로 오염지역을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곳으로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제바스티안 플루크바일 독일방사능방지협회 회장은 “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정책은 정신나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고멜 지역 어린이들은 다른 지역 평균보다 55배나 많이 갑상선암에 걸렸고, 성인 발병률은 다른 지역보다 6배나 높다”며 방사능 오염 피해를 경고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이 지역은 한때 출입이 통제됐다. 또 체르노빌 사태 이후 주민들이 대거 떠나면서 빈집들이 늘어나자,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가난한 퇴역군인들이 이곳에 눌러앉기도 했다.
벨로루시 정부는 이곳에 정착하는 난민들은 벨로루시인과 똑같은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슈피겔>은 이는 난민들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재 벨로루시에 있는 난민 수는 20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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