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사민당 대연정 정책협상 본격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예정자는 17일 새 연립정부의 내각 인선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13일 사민당(SPD)이 8개 각료직 인선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기민당(CDU)-기사당(CSU)연합이 나머지 6개 각료를 지명함으로써 메르켈 정부의 조각 작업이 완료됐다. 메르켈 총리 예정자는 헬무트 콜 정부 시절 내무장관을 역임한 볼프강 쇼이블레 전 기민당 당수를 내무장관에 지명했다. 국방장관에는 롤란트 코흐(기민당) 헤센주 주지사 보좌관인 프란츠 요제프 융이 지명됐다. 교육 장관에는 메르켈의 측근인 아네테 샤반 바덴뷔르템베르크 교육장관이 기용됐으며 가족부 장관에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니더작센주 사회장관이 지명됐다. 폰 데어 라이엔 지명자는 7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가족부 장관 적임자로 꼽혀왔다. 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사당은 2개의 각료직을 배분받았다.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당수는 경제장관에 기용되고 콜 정부 당시 보건장관을 역임한 호르스트 제호퍼는 농업장관을 맡게 됐다. 메르켈 총리 예정자는 각료급인 총리 비서실장에 토마스 데 메지에르 작센주 내무장관을 기용했다. 토마스 드 메지에르는 동독의 마지막 총리인 로타르 드 메지에르의 사촌으로 1990년 당시 메지에르 총리의 대변인을 역임한 메르켈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한편 이날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대연정을 위한 정책조율 협상을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 예정자와 프란츠 뮌터페링 부총리겸 노동장관 내정자는 이날 오후(현지시간) 사민당사에서 만나 재정 적자 및 세제 개혁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 회견에서 "앞으로 어려운 협상이 남아 있다"고 말해 정책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메르켈은 양측 모두가 협상 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할 것을 촉구하면서 "모든 협상 참여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총선 이후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수차례 만나 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동정책 등 일부 분야에서 정책 조율에 합의했다. 노동정책 분야에서 기민당은 노 조의 권한을 제약하는 방안을 철회하는 등 사민당에 일부 양보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연정에 합의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협상에서 양당은 재정과 외교 등의 정책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독일 언론은 양당이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추가 예산 편성과 부가 가치세 인상 등 `돈 문제'에 대해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친기업적인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과 고용 창출을 꾀하려는 기민당의 경제개혁이 방향을 잃고 표류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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