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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01 15:55 수정 : 2016.06.01 15:55

키위 카페 페이스북 갈무리 

손님들에게 고기와 소시지 던지며 난동 부려
피해 입은 카페 “네오나치 세력 소행” 주장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채식 카페에 한 무리의 남성들이 나타나 고기와 소시지를 집어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아직 정확한 동기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피해를 입은 카페는 자신들의 ‘자유주의적 가치’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30일 저녁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있는 채식 카페 ‘키위 카페’에 10명 남짓의 남성들이 들어와 가게에 있던 사람들의 접시에 소시지와 생선 등을 던지고, 고기를 꽂은 꼬치로 사람들을 위협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키위 카페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성명에서 “목에 소시지를 두른 남성들은 가게에 앉아 자신들이 갖고 온 고기를 직접 먹고, 고기를 손님들에게 던지면서 담배까지 피웠다”며 “이 행위들은 채식 카페에서는 금지된 행위인데, 이들은 단지 카페 손님들을 도발하고 무시하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알아보니 같은 사람들이 지난 달 키위 카페의 바로 옆 가게에 찾아와 ‘키위 카페에 레즈비언이나 게이 같은 성소수자들이 찾아오냐’고 물었다고 한다”며 “전체주의를 추종하는 네오나치 세력들이 이러한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난동을 부린 이들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카페에서 도망쳤다고 한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난동이 단순한 돌출 행동인지, 혹은 카페가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가치에 반대하는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인지 단정짓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사건의 배경에는 조지아에서 지속되고 있는 문화적 갈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상황을 올린 트위터 갈무리

‘휴먼라이츠워치’의 조르지 고지아 국장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지아에서는 동방정교회를 바탕으로 동성결혼이나 동성애자 인권 등을 반대하는 극우주의 세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키위 카페는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자주 모였고, 이로 인해 서구적 가치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위치한 인구 463만여명의 조지아는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던 공화국의 하나였다가, 1991년 4월 독립하면서 친유럽적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동방정교회를 바탕으로 한 보수주의 세력은 동성결혼과 같은 서구적 가치가 교리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현재 친유럽적 정당인 ‘조지아의 꿈’이 이끌고 있는 조지아 의회에서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헌법에 남성과 여성간의 결합 만을 결혼으로 명시하려는 법안을 추진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키위 카페’는 온라인에 공개한 성명에서 철저한 경찰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키위 카페가 추구하는 가치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매일같이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지만, 키위 카페는 국적이나 인종, 외모, 나이, 성별, 성적 지향, 종교 등에 상관 없이 모든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평등은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다”라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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