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3 19:07
수정 : 2005.11.04 04:46
|
프랑스 파리 북동부에서 일주일째 이민자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3일 새벽 파리 외곽에서 화염에 휩싸인 트럭 곁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올네 수 부아/AP 연합
|
10대 두명, 검문 피하려다 감전사한 게 발단
이민자 “경찰이 과잉대응” 폭력시위로 번져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청소년들이 감전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소요사태가 실탄발사 사실이 공식확인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사건이 무슬림(이슬람 신자)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주일째를 맞는 이민자들의 항의 시위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2일 자크 시라크 대통령까지 나서 자제를 요구했지만, 이민자들의 분노는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사태 일지
|
과잉 대응 논란=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북서쪽 클리시 수 부아에서 10대 청소년 3명이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다면서 송전소 담을 넘다 변압기에 떨어졌다. 15살, 17살 난 청소년 두명이 숨졌고, 다른 한 명은 크게 다쳤다. 사건 직후 주민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이 이들에게 겁을 줘, 3m 높이의 담을 넘게 했다”며 흥분해 거리로 몰려 나왔다.
현재 시위대와 경찰은 날마다 서로 화염병과 최루탄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30일에는 최루탄이 이슬람 사원에 떨어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절정에 이르러 인근 올네 수 부아, 세브랑, 발 두아즈 등 9개 지역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인종 차별 논란= 프랑스는 법으로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민자들 앞에 놓인 사회적 ‘장벽’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500여만명에 이르는 아프리카 및 아랍계 이민자들의 대다수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 출신들이다. 영국 <비비시(BBC)방송>은 “이들은 나이트클럽 입장을 거부당하면서 처음 ‘닫힌 문’을 경험하고, 같은 일이 두번 세번 반복되면서 증오를 품게 된다”고 2일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몸을 쓰는 일에 종사한다. 사무직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데페아(DPA)통신>은 파리 외곽 빈민가에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민자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높은 범죄율, 마약 남용 등으로 문제지역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피아이(UPI)통신>은 이번 시위의 밑바탕에는 차별과 인종간 긴장에서 생긴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펴는 ‘SOS 라시즘’ 대표 도미니크 소포는 “이민자들이 도시 주변부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권 경쟁이 부른 인재?= 2007년 대선을 둘러싼 정치인들간의 경쟁도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한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최근 ‘강력 범죄 소탕’을 외치며 프랑스 전역의 우범지역에 경찰력 대폭 강화했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르코지 장관이 우파의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르코지 장관은 2002년 시라크 대통령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사는 빈민가를 과잉 단속하고 있다는 불만이 주민들 사이에 쌓여 왔다. 사르코지 장관은 올해 초 외곽 빈민촌을 ‘쓸어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젊은 시위대를 향해 ‘흉악범’, ‘인간쓰레기’ 등으로 표현해 시위대의 감정을 자극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